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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문 열자, 탯줄까지 꽁꽁 언 2명의 백인 영아 시신…韓·佛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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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일요일이자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인 2006년 7월 23일 아침부터 찌는 듯한 더위가 몰려왔다.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쫓던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팀은 오전 11시쯤 ‘우리 집 냉장고 속에 얼음 알갱이를 뒤집어쓴 어린아기들이 있다’는 외국 남성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방배동 서래마을의 한 빌라로 향했다.

형사들을 맞이한 프랑스인 장 루이 쿠르조(40)는 냉동실 서랍을 지목했다.

냉동실 서랍을 열어 본 형사들은 처음 본 장면에 움찔하고 말았다.

태반과 탯줄을 몸에 두른, 갓 태어난 백인 남자 아기 2명이 꽁꽁 얼어붙은 채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 수건과 비닐봉지에 쌓여있던 3kg 남짓한 남자 신생아들…처음 본 엽기 장면

냉동실 네 번째 칸과 다섯 번째 칸에는 눈을 감은 신생아 2명이 얼음덩어리를 뒤집어쓴 채 들어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형사들도 탯줄이 달린 신생아가 꽁꽁 언 모습을 한 건 처음 본 탓에 자신들도 모르고 ‘앗’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전담팀을 편성한 서초경찰서는 신생아가 몸무게 3kg 남짓, 탯줄과 태반이 있는 것으로 봐 출생 직후 살해당한 뒤 냉동실로 들어간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이 집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보고 쿠르조를 중심으로 가족관계를 살폈다.

◇ 프랑스 자동차 기술자…모국으로 휴가 다녀온 뒤 고등어 넣기 위해 냉동실 문을

경찰은 자연스럽게 신고자인 장 쿠르조를 의심했다.

하지만 장은 ‘내가 범인이라면 신고할 리 없지 않는가’ ‘집을 비운 사이 택배로 온 고등어를 집어넣기 위해 냉동실을 살피다 발견했을 뿐’이라며 경찰 의심을 뿌리쳤다.

이에 경찰은 징의 부인 베로니크 쿠르조(39)와 필리핀인 가정부 A(49), 쿠르조의 친구 B에게까지 수사 범위를 넓혔다.

이들의 공통점은 집안을 드나들 수 있는 보안키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

당시 경찰은 남편과 함께 프랑스로 휴가를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베로니크가 2003년 자궁 적출술을 받은 병력을 확인, 용의선상에서 제외했다.

가정부 A 씨도 임신 적령기가 지났고 임신한 적도 없다, B 씨는 ‘쿠르조가 없는 사이 몇 번 집을 찾았을 뿐’이라며 혐의없음을 외쳤다.

경찰이 결정적 물증을 잡고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 감정을 의뢰한 사이 자동차 기술자로 한국에 파견 나와 있던 장 쿠르조는 프랑스로 떠나 버렸다.

◇ DNA 검사 결과 친부는 장 쿠르조, 친모는 베로니크…자궁적출 이전, 3년 전 살해

국과수는 사건 발생 5일 뒤인 7월 28일, 두 아이의 친부가 장 루이 쿠르조라는 DNA 분석 결과를 통보했다.

그러자 경찰은 친모를 밝히기 위해 집 안에 있던 베로니크의 칫솔, 귀이개 등을 국과수로 보냈다.

8월27일 국과수는 이들의 어머니가 장의 아내인 베로니크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경찰은 베로니크가 2003년 자궁을 적출하기 직전 출산을 한 뒤 아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관련 수사자료, 국과수 감정결과, DNA 시료를 쿠르조 부부 거주지인 프랑스 오를레앙 경찰과 검찰로 넘겼다.

◇ 프랑스도 발칵…발뺌하던 아내 “임신 거부증 앓아, 남편 몰래 출산 뒤 살해” 실토

프랑스 현지에서도 쿠르조 부부 일은 큰 화젯거리가 됐다.

냉동실 속 영아시신, 프랑스로 도피성 귀국 등 솔깃한 주제가 모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수사에 나선 오를레앙 경찰은 쿠르조, 베로니크를 상대로 DNA 시료를 채취한 뒤 영아들 DNA와 비교했다.

그 결과 한국 국과수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

완강히 부인하던 베로니크는 ‘임신 거부증’을 앓고 있던 상태에서 아기를 가져 우울증에 빠졌다, 임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남편 몰래 출산 후 일을 저질렀다고 실토했다.

◇ 영아 시신 프랑스로…이름 짓고 친생자 등록한 뒤 장례식

아내의 말에 충격을 받은 장은 아내를 달래는 한편 아이들의 시신을 보내 줄 것을 당국에 요청했다.

아이들의 시신이 도착하자 장 루이 쿠르조는 각각 ‘알렉 상드르 쿠르조’ ‘토마 쿠르조’라는 이름으로 친생자 등록을 한 뒤 성당에서 장례식을 거행, 영혼을 위로했다.

당시 일부 프랑스 언론들은 장도 공범 아닌가고 의심했지만 △ 베로니크가 임신 사실을 철저히 숨긴 점 △ 임신 7개월 무렵 수영복 사진을 봐도 임신한 표가 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프랑스 경찰은 ‘쿠르조는 몰랐다’는 결론을 내렸다.

◇ 개인에 관대한 프랑스…임신거부증 감안 검찰 10년형, 法 8년형

프랑스는 개인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오를레앙 검찰도 “베로니크가 ‘영아 살해’라는 중죄를 저질렀지만 ‘임신 거부증’을 앓고 있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베르니크를 악마화해서도 곤란하지만 우상화해서도 안된다”는 단서와 함께 징역 10년형을 구형했다.

오를레앙 법원은 징역 8년 형을 선고했다.

임신 거부증은 △ 임신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정신 질환 △ 극도로 임신 거부증에 시달릴 경우 자궁 발달을 방해, 임신 개월이 증가해도 배가 불러오지 않는 등의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3년 7개월 뒤 가석방, 남편은 사건을 책으로 내기도…이후 모방범죄 잇따라

베로니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론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수감 3년 7개월 만인 2010년 5월 가석방됐다.

장 루이 쿠르조는 베로니크가 석방될 무렵 임신 거부증과 영아 살해 사건을 담은 ‘그녀를 버릴 수가 없었다’를 출간, 다시 한번 관심을 모았다.

이후 프랑스와 한국 등에서 ‘냉동실 영아 시신’ 사건이 종종 일어나 베로니크 모방범죄라는 학계의 진단까지 나왔다.

머니s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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