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신사업 확장과 시너지 위해 투자
리가켐·에이프릴바이오·지아이이노베이션 등
창업자·기업 전략에 따라 외부 대신 자회사 투자
기업 간 투자는 단순한 투자보다 신사업 확장과 시너지 효과를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바이오업계도 그렇다. 자본구조가 취약하고 자금이 많지 않아 투자가 힘들지만, 자본력이 있는 기업 중심으로 지분 투자를 하거나 자회사에 투자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의 다른 기업 대상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 단위 기술수출을 이끈 리가켐바이오,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에이프릴바이오, 지아이이노베이션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 기업은 신약을 개발해 기술수출하고 기술료를 재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다만 기업의 경영 철학에 따라 다른 기업에 투자하거나 자회사를 만들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는 곳은 리가켐바이오다. 2015년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업 인투셀 창업 초기 9억9000만 원을 투자해 현재 3.3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인투셀은 리가켐바이오의 공동 창업자 박태교 대표가 설립한 기업이다.
이어 2017년에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에 98억 원을 투자해 4.5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리가켐바이오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후보물질 ‘BBT-877의 원발명 기업으로 지금까지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21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눈에 띄는 점은 2020년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 에스알파테라퓨틱스에 5억 원을 투자한 것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치료기기가 새로운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어 유망하다고 생각해 투자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2021년에는 미국 픽시스온콜로지에 ADC 후보물질 ‘LCB67’을 이전한 대가로 5억9500만 원 상당의 지분을 취득했다. 이외 신기술사업투자조합과 펀드에 총 19억 원을 투자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염증신약개발 기업 셀로스바이오텍에 약 9억9000만 원을 투자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프로바이오틱스 기업 메디오젠에 240억 원을 투자해 2대 주주(지분 17.7%)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홍준호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가 메디오젠 신임 대표이사로 부임하기도 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에 항체 사용권 관련해 50억 원을 투자했다.
알테오젠과 에이비엘바이오는 외부 투자 대신 자회사나 법인을 만들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알테오젠의 자회사 알테오젠헬스케어는 영업·마케팅을 전문으로 하고 알토스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임상을 담당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 법인에서 이중항체 ADC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바이오기업의 투자는 자본적 이득보다는 시너지 또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함이다. 공동연구를 하거나 기술을 이전하는 등 연결고리가 바탕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이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히 이익을 위한 투자는 절대 할 수 없다. 보통 시너지를 내기 위해 큰 그림을 보고 투자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창업자의 성향이나 기업의 전략에 따라 지분을 투자하거나 자회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진행한다”며 “한국은 자본구조가 취약해 투자가 힘들지만, 산업 발전을 위해 서로 돕는 합종연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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