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확대와 사업 환경 악화가 지속되며 중소형 증권사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 올 하반기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손실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달 SK증권은 장기화한 실적 부진을 버티지 못하고 대규모 조직축소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K증권의 이번 사태를 두고 “회사가 업계 대비 높은 고정비 부담과 최근 확대된 부동산 PF 손실로 수익성이 저하된 가운데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진행되며 추가 대손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이 이달 비용 구조 개선을 목표로 임원 16명을 사임 처리하고 10개에 달하는 지점의 통폐합을 검토하고 있다.
SK증권은 그간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임원 비율과 지점 수로 인해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고 있었다.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임원 비중은 11.2%로 자기자본 1조 원 미만 중소형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업계 평균 대비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어 고정비 부담이 크지만, 대손비용 확대로 수익성이 저하되며 최근 2분기 연속 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SK증권은 부동산 PF 대손비용 확대와 실적 저하가 이어지는 가운데 임원 비율과 점포 수는 경쟁사 평균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며 “회사 내·외부 이해관계자로부터 고비용 원가구조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 왔다”고 했다.
이어 “업계에선 그동안 팀장급 인력이 SK증권으로 이직하면 임원이 된다거나 한 지점 당 임원 수가 10명인 곳도 태반이라는 말까지 있었다”며 “회사가 비용구조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임원 비율을 줄이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도 회사의 임원 수는 80명가량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업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ROA(총자산이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도 비슷한 규모의 경쟁사 대비 크게 저조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증권의 최근 7년 평균 ROE는 2.27%로, 교보증권(7.69%), 하이투자증권(6.79%), DB금융투자(5.35%) 등 중소형 증권사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회사는 비상 경영 체계에 돌입하고 고비용 원가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SK증권 관계자는 “경영환경의 어려움으로 수익-비용의 효율화와 함께 리더들이 고통 분담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취지의 인사가 있었다”며 “현재 변화된 금융 환경에 맞춰 경쟁력을 갖추고, 대고객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지점 네트워크를 대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용평가업계는 올 하반기 SK증권을 비롯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손실 확대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 20곳의 올해 주요 부동산 익스포저 만기 도래액이 3조4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며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 올 하반기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손실 확대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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