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요직에 발탁돼 정권의 핵심을 구성했던 친윤 인사들이 하나둘 윤 대통령과 멀어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혐의와 명품가방 수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를 놓고 입장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대표적인 친윤 검사다. 그가 22일 법조 출입기자들에게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하겠다고 알리고 사실상 대통령실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했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지만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이 또한 모두 제 책임으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과 함께 대검 차장검사로 승진한 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이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어민 북송 사건’ ‘대장동 의혹’ 등 전 정부와 관련한 민감한 수사를 속도감 있게 밀어붙였다.
이런 이 총장마저도 용산의 벽에 부딪히면서 친윤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 총장이 지난 5월 김건희 여사 사건에 대한 ‘원칙 수사’ 입장을 밝힌 후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교체했을 때부터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왔다.
친윤계에서 이탈한 대표적인 인물은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라고 할 수 있다.
한 후보는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지난 총선 과정에서 여권의 요청에 따라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 차기 대선 후보 입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한 후보는 비대위원장 당시 3차례나 윤 대통령과 충돌하며 ‘윤한 갈등’의 장본인이 됐다.
총선 국면에서 한 후보는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와 관련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영입한 김경율 비대위원이 ‘마리 앙뜨와네트 발언’을 하면서 큰 파장을 부른 이후 대통령실의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여권 내에서는 법조계 출신 친윤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김 여사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현직 대통령 부인의 문제에 대해 쉽사리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여사의 사과가 야권의 공세를 멈추기는커녕 또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여전하다.
김 여사를 둘러싼 잠복된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친윤계의 이탈은 가속되고 있다. 앞서 총선 과정에서도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출신의 김은혜 의원과 친윤계 핵심으로 분류된 이용 전 의원이 이종섭 전 호주대사와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전당대회를 앞둔 국회에서는 한때 친윤으로 불렸던 배현진, 장동혁 의원에 이어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출신의 주진우 의원도 한 후보를 돕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단순히 한 후보에 대한 줄서기보다는 현재 대통령실의 기조에 대한 불만 혹은 임기 후반 정국 주도권 상실에 대한 여권 전반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