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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계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 경쟁을 유도했지만 3사의 투자·지원 규모가 여전히 제자리 수준에 머물면서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통 3사는 ‘갤럭시 Z플립6’ 같은 신제품 지원금도 전작보다 크게 줄이며 하반기에도 비용 절감을 위해 소극적인 마케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이통 3사의 별도 기준 마케팅비는 SK텔레콤(017670) 7400억 원, KT(030200) 6000억 원, LG유플러스(032640) 5600억 원 등 3사 합산 1조 9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2분기의 1조 9306억 원보다 1.6% 적은 규모다. 이에 따라 올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으로 이통 3사의 마케팅비는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DB금융투자도 “무선 수익 부문에서 공시지원금 상향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실제로 상반기 판매비(마케팅비)는 전년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며 “3사 모두 마케팅 경쟁을 지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 2분기 마케팅비에 처음으로 반영된 전환지원금 제도 역시 효과가 미미했다는 평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상 경쟁 제한을 사실상 없애고 통신사가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최대 50만 원을 추가로 할인해줄 수 있는 전환지원금 제도를 3월 14일 시행했다. 당시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 전환지원금을 합치면 115만 원짜리 ‘갤럭시 S24’의 구입 부담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해당 단말기의 전환지원금은 최고 요금제를 써도 8만 원에 그쳤다.
하반기에도 통신시장 경쟁 상황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올해 3사의 연간 마케팅비를 지난해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고, 3사는 이달 들어 최신 단말기의 지원금 규모를 일제히 줄였다. 삼성전자(005930)의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 Z폴드6는 최고 요금제 기준으로 SK텔레콤이 24만 5000원, KT가 24만 원, LG유플러스는 23만 원의 공시지원금을 책정했다. 1년 전 ‘갤럭시 Z플립5’ 출시 직후 공시지원금이었던 48만~65만 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갤럭시 Z플립6의 전환지원금은 3사 모두 0원이다. 갤럭시 S24도 공시지원금이 50만~53만 원에서 최근 20만~24만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으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전환지원금도 없앴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 관계자는 “전환지원금은 통신사의 마케팅 전략과 이용자 수요 등에 따라서 변동이 있을 것”이라며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통신시장 경쟁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는 올해 초 통신사 임원들을 수차례 만나 지원금 상향을 압박했지만 현재 위원장이 공석인데다 이진숙 위원장 후보자가 취임한다고 해도 통신보다는 방송 관련 현안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추진한 제4이동통신사 유치 계획도 최근 좌초하는 등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의 동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통신업계는 5세대 이동통신(5G) 신규 가입이 줄어들고 수익성도 악화하는 추세인 상황에서 마케팅 경쟁을 벌일 여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3사의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합산 매출이 14조 6605억 원, 합산 영업이익이 1조 3267억 원으로 성장이 거의 멈춘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9월 ‘아이폰16’ 출시가 시장에 변수가 될 것”이라며 “출시에 맞춰 다음 달 말 삼성전자와 통신사들이 지원금 확대에 나설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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