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2일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아현역. 1번 출구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마자 다른 지하철역에 비해 낡고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났다. 이날 장마철 폭우가 내렸는데, 역 안에 들어설 때부터 개찰구를 거쳐 열차를 기다리는 승강장까지 모든 공간에서 덥고 습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현역 관계자는 “역 근처 정비사업이 이뤄지면서 새아파트가 많이 입주해 승객이 많아졌지만, 역사 안에 냉난방시설조차 따로 없어 승객 불편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현역은 1984년 5월 준공해 올해로 40년을 넘겼다. 서울 일대 지하철역 250곳 중 가장 노후도가 가장 심하지만, 서울을 순환하는 2호선이면서 광화문업무지구로 출퇴근 할 수 있는 시청역까지 두 정거장 거리라는 이점이 있다.
현재 역을 둘러싸고 마포구 아현뉴타운과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 개발이 줄줄이 이뤄지면서 최근 10년 동안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e편한세상 신촌’ 등 굵직한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해 수송 인원이 적지 않다.
역이 개통한 1984년까지만 해도 아현역 일대는 낡은 주택이 몰려 있는 판자촌이라 일 평균 이용객이 291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0~2010년대 웨딩타운 상권이 형성되고 정비사업 영향으로 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수송인원도 2005년 1만7686명까지 증가했다. 이후에는 재개발로 인구 공백이 생기면서 2015년 1만2689명, 2020년 1만1491명, 올해 6월 기준 1만4787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아현역 이용 빈도에 비해 노후도가 심각하다고 보고 역사 환경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2027년 1월까지 마감재·조명을 교체하고 냉방시설을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환경 개선 공사를 진행한다. 사업비는 523억원 정도로 추산되며 전액을 서울교통공사가 부담한다. 만약 역사를 폐쇄하고 공사를 진행할 경우 사업비가 408억원으로 절감되며, 사업기간도 2026년 6월로 단축될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2일 아현역을 방문해 역사를 둘러보면서 환경 개선 계획을 들었다. 이날 오 시장은 “5호선 여의나루역이 운동하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러닝코스를 갖춘 ‘러너스테이션’으로 거듭난 것처럼, 아현역도 특색있는 역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하면서 “계획 단계부터 인근 주민들과 아현시장 상인들 의견을 청취해 사업을 진행하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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