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투자자들이 집중 투자한 테슬라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반면 테슬라 주가 흐름에 좌우되던 국내 2차전지 관련주들은 급락세로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테슬라 밸류체인에 속하는 국내 2차전지주가 트럼프 수혜에서 배제됐단 평가를 내린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5% 오른 256.5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30%가량 급등한 수준이다.
테슬라는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최대 매수 종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외화증권예탁결제를 살펴보면 지난 15일 기준 테슬라는 주식 보관금액 147억9166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에 자리한 엔비디아(132억2821만달러)를 크게 웃돈 수치다. 테슬라는 7월초부터 15일까지 집계된 매수결제도 166억9656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테슬라는 최근 악재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11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8.44% 급락한 상태로 거래를 종료했다. 직전까지 11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나, 다음달 8일로 예정됐던 로보택시 출시가 10월로 연기됐다는 발표가 악재로 작용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당시 미국 증시는 인플레 부담 완화에 따른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술주가 큰 폭 조정을 받으며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그간의 주도주들이 조정받으며 테슬라도 같이 내릴 수밖에 없었는데, 여기에 로보택시 출시 일정이 연기돼 주가 낙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테슬라 주가는 급락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주가 하락분을 대부분 회복했다. 이는 최근 총격 피습 사건 이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동행 효과라는 게 투자업계 측 분석이다.
머스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SNS) X(구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그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면서 “미국에 이처럼 강인한 후보가 있었던 것은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마지막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머스크는 공개 지지 선언과 함께 트럼프의 선거운동에 거액을 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돕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매달 4500만달러(약 623억원)를 기부할 계획이다. 이에 트럼프는 최근 인터뷰에서 머스크를 ‘환상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머스크가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후, 정부가 테슬라와 로보택시, 자율 주행 시스템에 대한 규제 승인을 더 쉽게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기대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테슬라는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2차전지 관련주들은 테슬라와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에코프로는 지난 15일 10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으나 전날 9만4700원으로 8% 급락했다.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머티는 각각 7.92%, 8.92%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6.13%), 포스코퓨처엠(-8%), 포스코홀딩스(-5.3%) 등 개별 관련주도 하락했다.
통상 2차전지 관련주들의 투자심리는 테슬라 주가 흐름에 일치하는 양상을 보인다. 테슬라가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선도하는 대표 종목인 만큼 밸류체인에 포함된 셈이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자동차 정책을 비판해 온 영향으로 추정된다.
트럼프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중점을 뒀던 바이든과 달리 대표적인 화석연료 옹호론자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공약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와 수입 자동차 추가 관세 등을 분명히 해왔다. 이 경우 국내 2차전지와 자동차 산업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때 연비규제의 사실상 폐지 효과로 전기차 시장은 2년간이나 역성장했다”며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재임 기간 내 전기차 판매는 추가로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눈높이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6월 양극재 수출량이 2만톤으로 전년 평균치(2만3000톤)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수출량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내 2차전지 업종에 대한 눈높이는 낮출 필요가 있다”며 “2분기 실적발표에서 기업들이 제시하는 가이던스가 시장 우려보다 더 깊은 골을 가리킨다면 주가는 한 번의 조정기를 더 거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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