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점점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에 돌입했다. 미래에셋증권이 퇴직연금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여타 증권사들이 추격에 나선 모습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94조2832억원으로 지난해말 382조3000억원에서 약 6개월 만에 3.13%(11조9832억원) 늘어났다. 세부적으로 은행 적립금 규모가 52.5%인 207조원으로 절반을 상회한다. 증권사와 생명보험사 적립금 규모는 각각 94조원, 78조원 이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은행에 뒤처진 수준이다. 다만 적림금 증가율은 3.7%로 2.4%인 은행을 뛰어넘는다. 지난해 기준 연간 수익률도 증권사가 7.11%로 은행(2.4%)을 크게 웃돌았다. 통상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은행권은 퇴직연금 상품 심의가 까다로운 반면 증권사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할 수 있어 수익률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이 26조6127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미래에셋증권이 처음이다. 아울러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더한 적립금 점유율은 39.1%로 나타났다. 미래에세증권 관계자는 “이번 호성적은 차별화된 연금상품 공급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실적배당상품을 가입자들의 성향과 맞게 매칭해 제시한 것이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뒤를 이어 현대차증권이 16조7324억원으로 2위다. 단, 현대차증권이 퇴직연금 적립금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현대차와 기아 등 현대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가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차증권의 올 2분기말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중 78%에 달하는 13조376억원이 자사 계열사 비중이다. 더불어 DB형의 계열사 적립금이 12조7590억원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에 현대차증권은 계열사 의존도를 줄여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올해 DC 영업 전담조직 신설 및 컨설팅 부문 강화 등 퇴직연금 DC사업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비계열사에 대한 영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적립액이 각각 14조572억원, 13조4462억원, 7조145억원으로 상위권에 포진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경우 양사 간 격차가 약 5%에 불과해 치열한 3위권 수성 싸움을 펼치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증권사 퇴직연금 시장 1위를 굳건히 지키는 가운데 이를 따라잡기 위한 움직임이 치열하다. 증권사들은 운용능력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모바일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퇴직연금 고객관리 강화 전략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퇴직연금 계좌개설, 상품투자, 자산관리, 연금수령 전 단계를 퇴직연금 모바일 플랫폼에서 제공했다. 또한 퇴직연금고객 전용 상담센터 ‘연금자산관리센터’를 통해 퇴직연금 고객을 가입단계부터 밀착 관리하고, 퇴직연금 전용 유튜브 채널(연금백세)과 카카오톡 채널(NH투자증권 퇴직연금 친구톡)을 통해 퇴직연금 콘텐츠 정기구독 서비스도 마련했다.
삼성증권은 IRP 내 관리 수수료를 제외한 ‘다이렉트 IRP’를 선보였다. 고객들의 채권투자 니즈 확대에 맞춰 모바일을 통한 채권매매 서비스도 있다. 삼성증권은 업계 최다 수준인 120여개의 채권 라입업을 확보해 보다 넓은 선택폭을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개별기업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적립금 운영 컨설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여수산업단지노동조합협의회와 퇴직연금 자산운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퇴직연금 시장에 첫 발길을 들이는 증권사도 있다. 키움증권은 내년을 목표로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취임 당시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이후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의 주류가 증권사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증권은 은행보다 투자상품에 대한 이해도에서 앞선다. 취급할 수 있는 국내 주식이나 해외 주식, ETF 등에서 여태 경험해 왔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훨씬 더 좋은 퍼포먼스 발휘가 가능하다”며 “이런 장점들이 고객들에게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만큼 향후 더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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