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병주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상반기 성적표가 이번 주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대다수 금융지주사가 전년 동기 대비 실적 개선에 성공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향후 지주사의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주요 세부지표의 흐름에 우선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실질적인 실적뿐 아니라 급증하는 가계부채,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건전성 △비은행 실적 △주주환원 부문에서의 획기적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실적 개선 예상되는 4대 금융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이번 주 23일 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분기 및 상반기 실적 발표에 나선다. KB금융지주의 뒤를 이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은 나란히 오는 26일에 실적을 공개한다.
일단 증권업계와 시장조사기관 등 업계 안팎에선 4대 금융지주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개선됐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를 포함해 주요 증권사의 컨세서스(추정치)를 종합하면 KB금융은 지난 2분기 1조4928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에 복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익 추정치는 1조9830억원이다.
이 같은 당기순익 기록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023년 2분기(1조5048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업계 안팎에선 이같은 예상 실적이 ‘추정치’인 만큼 상황에 따라 역대 최고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한다. 지난해 2분기와 올해 2분기 추정치 간 격차는 12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1분기 리딩금융을 차지했던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당기순익 1조3300억원, 영업이익 1조854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KB금융에 4100여억원 차이로 리딩금융을 내줬을 것이란 전망이다.
3위 경쟁도 큰 변화는 없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은 2분기 9915억원의 당기순익과 1조3172억원의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금융 또한 8034억원의 당기순익, 1조881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실적 개선에 성공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같은 업계 안팎의 4대 지주사 실적 추정치가 한 달 사이 다소 높아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당시, 시장조사기관과 증권업계의 4대 지주사 실적 컨세서스 합계는 4조5041억원 수준이었다. 반면 최근 공개된 업계 전문가들의 4대 금융 실적 전망치 합계는 4조5237억원으로 한 달 사이 190억원 가량 늘어났다.
실적 전망치가 다소 개선된 배경에는 홍콩ELS 원금 손실 사태를 야기한 홍콩H지수의 반등, 그리고 다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적립 규모가 거론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4대 금융지주사 모두 2분기 실적이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립 규모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충당금 변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적보단 건전성’…여타 지표에도 ‘주목’
일단 업계 안팎에서는 이처럼 4대 금융지주사 모두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일회성 변수가 사라진 2분기가 실질적인 실적 경쟁의 시발점인 만큼 향후 실적 개선세를 가늠하기 위한 주요 지표의 확인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4대 금융 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워낙 1분기 실적이 어닝쇼크 수준이었던 탓에, 2분기의 개선된 실적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며 “하반기 당면과제인 건전성 및 가계부채 관리, 비은행 실적 개선 등의 지표에 더욱 관심을 쏟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딜사이트경제TV가 만난 대다수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2분기 및 상반기 주요 경영지표에서 눈여겨 볼 부문으로 △건전성 △비은행 △주주환원을 언급했다. 2분기 당기 순익과는 별개로 이같은 세부 지표가 향후 하반기 실적 및 경영 성과를 가늠할 핵심 요소라는 이유에서다.
우선, 건전성의 경우 연체율을 포함해 다양한 건전성 지표의 변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계대출, 그리고 지난 2분기에만 전분기 대비 5% 가까이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대출의 부실화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급격히 불어난 금융지주사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NPL) 흐름도 눈여겨 볼 지표로 거론된다. 지난 1분기 기준 4대 금융의 부실채권 규모는 9.1조원으로 전년 동기(6.4조원) 대비 42%가량 급증했다.
부실채권, 즉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잔액의 경우 향후 회수 불가능한 수준의 부채로 전환될 확률이 높다. 가계대출 중심으로 대출 잔액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부실채권의 증가가 건전성 리스크를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소 높아지는 은행권 전반의 연체율도 2분기 실적의 핵심 지표로 거론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0.51%로 전월 말(0.48%) 대비 0.03%p 상승했다.
비은행 실적-주주환원책도 ‘관심’
은행과 비은행 실적 비중이 얼마나 줄어들 지도 관심사다. 지난 1분기 기준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전체 영업익 가운데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대 수준이다. 다소 분기 간 변화는 있었지만, 점진적으로 은행의 실적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다.
반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80~90%대로 은행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리딩뱅크 경쟁을 하는 은행 계열사(하나은행)을 제외한 주요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에는, 증권‧보험 등 핵심 비은행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지주사 전반의 실적 포트폴리오 자체가 은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내년까지 비은행 비중 30%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당장 특별한 M&A변수가 없는 한, 기존 비은행 계열사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을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특히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타 금융지주사 대비 비은행 부문 M&A 참전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며 “하반기 중 비은행 계열에서의 ‘깜짝 M&A’가 있을 경우, 실적 개선도 다소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실적 발표와 함께 공개될 4대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관련 새로운 정책 또한 주목된다. 금융주가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에 발맞추기 위한 강도 높은 주주환원 정책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계획은 하반기 실적 발표와 함께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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