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거지를 대표하는 빌라 시장이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붕괴되다시피 하면서 아파트 전셋값이 솟구치고 있다. 빌라 착공 건수마저 줄고 있어 향후 서민 주거안정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빌라(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매매거래건수는 14만324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 21만209건 대비 32%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2021년 거래량은 34만5989건으로, 빌라 거래는 해를 거듭할 수록 급감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세사기 사건 여파로 빌라 매매시장은 급격히 침체됐다. 올해 1월과 2월 빌라 매매거래는 각각 1만922건,1만158건으로 1만건을 겨우 넘어섰다. 빌라 전세시장에서는 ‘역전세’ 비중이 상당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방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 중 46%가 기존 전세보증금 대비 시세가 하락한 ‘역전세’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4%)보다 1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평균 전세시세 차익은 979만원 내려갔다.
수요자들이 빌라를 외면하자 빌라의 착공건수도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전국 빌라(다가구·다세대·연립) 착공건수는 2만4910가구로 10년 전(21만7500가구)과 비교했을 때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빌라 착공건수가 1월 1310가구, 2월 1276가구, 3월 1638가구, 4월 1951가구, 5월 1661가구로 5개월간 총 7836가구에 그쳤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빌라의 매매수요가 아파트 전세 수요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아파트 전세가격이 지난주까지 6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대비 0.18%, 수도권은 0.14% 상승했다. 아파트 전세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지난달 기준 3억2100만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6월(2억9600만원) 대비 2500만원 올랐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를 매수할 자금력이 안 되는 서민들은 빌라를 사는데, 빌라의 공급이 줄면 외곽지로 밀려나거나 빚을 더 지게 된다”면서 “아파트 외 빌라에 대한 대책도 별도로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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