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 신화,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카카오가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사진> 구속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첫 경영 공백 사태를 불러온 사법리스크의 발단은 SM엔터테인먼트(SM)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정 개입 혐의다. 카카오는 벤처에서 재계 15위 대기업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논란’을 비롯해 골목상권 침해 비판까지 각종 도덕성 논란이 끊이질 않아왔다.
23일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염려 등을 사유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게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하이브 공개 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설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카카오가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김 위원장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이재웅 다음 창업자, 고인이 된 김정주 넥슨 창업자 등과 함께 한국 벤처 신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벤처 1세대다. 국내 최초의 온라인 게임 포털인 한게임을 창업했고 이후 카카오톡을 만들어 국민 메신저로 키웠다. 출시 1년 만에 1000만명의 사용자를 모은 카카오톡의 성공을 기반으로 카카오를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는 그동안 플랫폼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미용실, 보험, 골프연습장 등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했고 곧 소상공인의 골목상권까지 뺏으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김 위원장 구속으로 카카오는 창사 이래 첫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김 위원장은 그룹 구심력 강화를 뒷받침하던 CA협의체의 공동 의장으로, 카카오의 경영 쇄신과 미래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의 공백으로 카카오의 쇄신 등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선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 당분간 카카오의 신사업 및 투자 시계는 당분간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형 M&A 등 사실상 카카오의 굵직한 의사결정은 김 위원장을 거친다. 야심차게 준비 중인 AI(인공지능) 사업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그간 카카오는 AI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