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 13일 매매가 26억원에 손바뀜됐다. 지난 5월 초 같은 면적이 23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불과 두 달 만에 2억2000만원 올랐다.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집값이 급상승하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송파구에서는 7월 셋째 주(15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62% 상승하는 등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정부의 메시지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최근 주택 공급 확대 대책을 내놓았지만 ‘패닉바잉(Panic Buying·공황구매)’ 조짐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정부의 중장기적인 대책만으로는 집값 불안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아주경제가 부동산 시장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결과 주택 공급 부족 우려로 촉발된 집값 불안을 막기 위해서는 시장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는 단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당장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2029년까지 진행하는 공급 목표를 제시한 것은 다소 실효성이 떨어진다. 무주택자들이 주택이 공급되기만을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집값 불안을 야기한 주택 공급 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올해 1~5월 주택 착공 물량은 10만6537건으로 2018~2022년 평균치(17만9181건)보다 40% 이상 급감했다.
주택 인허가 실적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2022~2024년 인허가 기준으로 101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실적은 51만3000가구로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통상 착공부터 준공까지 2∼3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주택 공급 실적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주택 공급 부족 우려에 2029년까지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23만6000만가구를 공급하고 올해 하반기(7∼12월)에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수도권 신규 택지 2만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향후 입주 예정 물량을 재확인해 준 것에 불과할 뿐 공공 및 민간 물량 공급 속도를 보다 높이기 위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향후 공급 부족 상황이 시장의 매수 심리를 높일 것”이라며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공급에서 시공사가 정해지면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인허가에 속도를 내고, 이를 조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역시 공공택지 수준으로 환경·교통영향평가 등 사업 절차를 완화해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 공급에 대한 정부의 실행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박용갑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 착공 승인 이후 첫 삽조차 뜨지 못한 미착공률은 지난해 98%에 달한다. 2022년(62%) 대비 36%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공급 확대 메시지를 보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계획 못지않게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력이 중요하다. 착공률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