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의 합작계약 종료키로
중국 내 일본차 인기 하락…US스틸 인수 앞두고 미·중 갈등 의식
일본제철이 중국의 바오샨철강과 20년간의 합작사업을 종료한다. 중국 본토에서 중국산 전기차가 급부상하며 일본차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데다, 미국 US스틸 인수를 앞두고 미·중갈등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중국 최대 철강회사 바오우철강그룹 산하 바오샨철강과의 합작사인 보강일철자동차강판(BNA)에서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철수한다고 밝혔다. 합작 계약 기한이 올해 여름까지인데,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중단하기로 했다.
양사는 지난 2004년 각각 50% 출자해 BNA를 설립해 매년 자동차용 강판을 연 262만 t 규모로 생산했다. 이는 일본제철의 중국 내 강재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일본제철이 그간 BNA에 투자한 금액만 총 1000억 엔이 넘는다. BNA는 중국에 진출한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 회사에 자동차용 표면처리강판을 공급해 왔다.
양사 합작은 ‘윈윈 전략’이었다. 일본제철은 중국 내 급증하던 자동차용 강판 수요를 흡수해 중국 내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고, 바오샨철강은 강판 표면처리 기술을 일본제철에서 이전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국 현지 전기차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BNA의 주요 고객사였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도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 3대 자동차 업체들의 중국 내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154만 대로, 3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그 결과 미쓰비시자동차가 지난해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했고, 닛산은 현지 공장을 폐쇄했다. 이와 함께 중국 자동차용 강판 업체들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중국 시장 내 경쟁도 치열해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중 갈등의 장기화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미국 철강기업 US스틸을 약 2조 엔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닛케이는 “일본제철은 이번 합작법인 지분 매각은 US스틸 인수 계획과는 무관하게 2년 전부터 검토해왔다”면서도 “다만 US스틸 인수를 둘러싼 중국 철강 업계와의 관계를 미국 의회에서 비판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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