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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대형 원자력발전소를 도입하는 체코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장 설치에 있어서는 한국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방치하고 있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 처리를 서둘러야 향후 원전 수출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3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체코 방사성폐기물저장청(SURAO)의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건설 프로젝트는 2065년 운영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예상 사업비는 1110억 코루나(약 5조 7000억 원) 규모다. 1992년 슬로바키아와 공동으로 심층 처분 시설 개발에 착수한 뒤 2005년 1차 지질조사가 주민 반대로 중단된 적이 있으나 2010년 투명성 제고를 목적으로 워킹그룹을 구성해 이를 돌파했다. 2020년 9개 지역 중 4개의 후보 지역을 걸러낸 체코는 내년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체코는 현재 두코바니 1~4호기, 테멜린 1~2호기 총 6기(3934㎿)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체코의 첫 원전인 두코바니 1호기는 1978년 공사에 들어가 1985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고리 1호기가 1971년 기공, 1978년 상업운전을 개시했으니 체코가 7년가량 후발 주자였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고민과 실행은 오히려 빨랐던 셈이다.
한국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과 관리를 위한 내용을 담은 고준위법 입법이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고준위특별법은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됐지만 여야 모두 당 대표 선거를 치르느라 6~7월 두 달간 단 한 차례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는 고준위특별법이 꼭 처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미 너무 뒤져 있어 더는 실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준위 방폐물 처리 시설 부재는 기사회생한 원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하는 미봉책을 쓰고 있다. 2030년부터는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장소가 순차 포화돼 원전의 출력을 줄이거나 운영을 아예 중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 확보에 관한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국내 방폐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향후 원전 수출 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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