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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제’ 세브란스병원 “일과 삶 균형 찾아 만족도 높아졌어요”

이투데이 조회수  

행복도 늘고 여가·자기 계발 시간 증가하며 직장생활 만족도↑

노상우 기자 nswreal@서울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세브란스병원 주4일제 시범사업 1년의 결과와 함의’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4일제 시범사업 참여는 저에겐 선물과 같았습니다. 업무에 힘들고 육아에 지친 저에게 해방감을 주었으니까요.”

강남세브란스병원 61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소서정 간호사는 주4일제 시범사업을 통해 육체적·정신적 여유를 얻어 환자들에게 보다 높은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고,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 행복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 간호사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주4일제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23일 서울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세브란스병원 주4일제 시범사업 1년의 결과와 함의’ 토론회에서는 병원계 최초 주4일제 시범사업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경험담이 소개됐다.

세브란스병원은 병원계 최초로 노사 합의에 따른 주4일제 시범사업을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했다. 해당연도에 신촌 2개 병동, 강남 1개 병동에서 주4일제 시범사업이 시작했고, 2024년 신촌 3개, 강남 2개 병동으로 확대 운영됐다.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교섭 요구안으로 지역병원과 상근직 부서까지 확대를 요구할 계획이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51시간으로 유럽연합(EU) 27개국 평균인 1566시간은 물론 OECD 평균인 1716시간에 비해 긴 편이다. 한국 근로자는 OECD 평균보다 25일, EU 평균보다 44일 더 일하는 셈이다.

이날 주제 발료자로 나선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시간이 점점 줄고 있지만, 여전히 OECD에 비해 긴 노동시간을 자랑하고 있다”면서 “보건업종의 경우 작업 준비나 인수인계과정이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위해선 노동 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선택권과 영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병원간호사회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은 44.5%로 절반에 달한다. 2024년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에서는 이직 의도가 64.6%로 확인됐으며 ‘주 4일제가 필요하다’는 응답에 75.6%가 동의했다.

권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의 주4일제는 생활만족도와 삶의 질 개선 향상에 도움을 줬고, 휴식을 통한 스트레스 감소와 심리적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시범사업 참여자 면접조사 결과 삶의 만족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도 주4일제 시범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았다고 평가했다. 시범사업 병동 참여자와 비참여자 간 비교를 통해 주4일제가 퇴사율을 낮추고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면서 사업 참여자의 행복도, 읾과 삶, 여가, 직장생활 만족도 등에 있어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김 소장은 “한국 간호사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일과 삶의 불균형에 대한 심각성이 초래되고 있다. 건강상태, 직장 만족도, 이·퇴직을 낮추기 위한 방향으로 주4일제 시범사업 등에 대한 정부의 제도나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사회·경제적 비용 감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퇴사로 인한 실업급여나 신입직원 교육 비용 등을 고려해 다른 산업으로 확대하는 참고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소정근로시간이나 실근로시간 단축 시 여러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혜민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정책과 사무관은 “사무직이나 IT업계 중심으로 주4일제가 시행됐는데, 의료분야에서도 주4일 시범사업이 진행돼 정책 수립에 많이 도움된다”고 말해다.

다만 이 사무관은 “근로시간 제도 같은 경우 근로자 모두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일생활균형위원회에서 근로시간 제도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논의 시작 초기 단계지만 주4일제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병원은 24시간 교대 근무해야 해서 격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환자를 두고 문 닫고 퇴근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행복해지고 싶다는 건 모든 사람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행복 하고자 하는 게 욕심이 아니다. 행복추구권은 헌법에서도 보장한다. 일과 삶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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