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수도권 청약은 1만 명이 기본이고 많게는 10만 명 이상이 몰리면서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지만, 지방은 대부분 단지가 소수점 경쟁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 오름세와 지방의 적체된 미분양 물량 등을 고려할 때 이런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청약을 진행한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94.2대 1을 기록했다. 3698가구 모집에 총 34만8443명이 접수했다. 수도권 11개 단지 중 60%가 넘는 7개 단지는 1순위에서 마감됐다.
서울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라첼스’와 성북구 ‘푸르지오라디우스파크’, 경기도 과천 ‘과천디에트르퍼스티지’,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중흥S클래스’, ‘산성역헤리스톤’, ‘GTX운정역이지더원’, ‘동탄2신도시동탄역대방엘리움더시그니처’ 등이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동탄2신도시동탄역대방엘리움더시그니처는 186가구 모집에 올해 최다 청약자인 11만6621명이 접수해 6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과천디에트르퍼스티지도 10만 명이 넘는 청약자가 줄을 서면서 228.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판교테크노밸리중흥S클래스는 26가구 모집에 2만9000명 가까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이 1110.4대 1까지 치솟았다. 마포자이힐스테이트라첼스도 164대 1로 세자릿수 경쟁이 형성됐다.
1순위 마감을 하지 못한 곳은 전체 단지 규모가 작은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역파밀리에Ⅱ'(150가구)와 ‘명남더블레스'(64가구), 화성 ‘킹덤시티'(96가구) 등이다.
고양장항카이브유보라도 1순위 마감에 성공하지 못했다. 고양장항카이브유보라는 1278가구 모집에 1만 명 이상이 접수해 8.4대 1의 양호한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수도권 내 순위로만 보자면 하위권에 속하게 됐다.
지방 단지의 청약 성적은 정반대다. 총 3139가구 모집에 2만7747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 8.8대 1을 기록했다. 수도권의 10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총 7개 단지 중 유일하게 미달 없이 흥행에 성공한 충북 청주 ‘청주테크노폴리스아테라’를 제외하면 가까스로 1대 1에 턱걸이 하는 수준이다.
청주테크노폴리스아테라(47.4대 1) 다음으로 경쟁률이 높은 곳이 각각 1.5대 1 정도를 기록한 부산 동구 ‘블랑써밋74’과 사상구 ‘더샵리오몬트’다. 강원도 홍천 ‘대상웰라움’은 1대 1이었고 나머지는 소수점에 머물렀다.
부동산 가격 흐름이 청약 경쟁률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7월 셋째 주 기준으로 서울은 17주 연속 상승했고 수도권도 9주째 오름세다. 하지만 지방은 8주 연속 하락했다. 5월 셋째 주 보합을 제외하면 33주 연속 내림세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 대한 공급 부족 우려가 확대되는 한편 지방 미분양 적체가 심한 것도 청약 경쟁률 양극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지방은 아직 부동산 시장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데다 미분양 물량도 많이 쌓여 있어 한동안 청약 시장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려면 부동산 시장으로의 매수세 유입, 미분양 해소란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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