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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채찍 드니까 PF 손실 인식… 대형 증권사도 2분기 어닝쇼크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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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를) 기존보다 더 세분화된 4단계로 분류하느라 2분기 실적은 안 좋게 나올 겁니다.”

국내 한 중소형 증권사 대표의 발언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부실 은폐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나서자 손실이 예상되는 부동산 PF 사업장에 부랴부랴 충당금을 쌓는 증권사가 나타나고 있다. 증권업계는 부동산 PF 리스크에서 거의 벗어났다는 낙관론과 함께 2분기 실적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었다. 중소형사와 달리 자산관리(WM)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낸 대형 증권사들은 2분기 실적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었지만, 부동산 PF 사업장 정리 때문에 어닝 쇼크 가능성이 감지된다.

경기 수원의 한 건설 현장에서 아파트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뉴스1
경기 수원의 한 건설 현장에서 아파트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뉴스1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부동산 PF를 집중적으로 해온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PF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에 따라 증권사가 사업장 옥석 가리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에 나선 것이다.

그간 금융사들은 PF 사업장의 사업성을 3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로 구분해 평가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모범규준을 대폭 수정한 뒤로는 사업성 평가도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강화됐다. 과거에는 ‘악화 우려’ 사업장만 부실로 분류됐는데, 이제는 ‘부실 우려’와 ‘유의’가 부실에 속한다.

금융당국이 통과 기준을 높게 책정한 탓에 끝나가는 듯했던 대손충당금(회수가 어려운 채권에 대비해 쌓아두는 자금) 적립 이슈도 계속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특히 부동산 PF에 전력투구했던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 부진이 지속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SK증권,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의 2분기 적자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SK증권(-59억원)과 하이투자증권(-49억원)은 1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작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 2분기엔 PF 관련 위기는 없다고 강조해 왔다. 주요 증권사가 2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던 이유다. KB증권은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의 2분기 당기순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1% 증가한 1조180억원으로 예측했다.

부동산 PF를 많이 취급한 주요 증권사 예상 실적도 최근 들어 높아지는 추세다. 3개월 전 시장이 예측한 한국투자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은 2149억원이었으나, 이달 2662억원으로 증가했다.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같은 기간 7213억원에서 7976억원으로 늘었다.

2분기는 지난달 말로 이미 끝났다. 예년과 같은 분위기였다면 2분기 실적은 추정치와 엇비슷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충당금 적립 이슈가 재점화하면서 실제 2분기 실적이 현재 추정치를 밑돌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 잔액은 1조380억원이다. 적지 않은 수치인데, 2분기에 잔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이 바뀌어 한국투자증권도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에 나섰다는 말이 들린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뉴스1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뉴스1

금리가 내려갈 때까지 최대한 버티면서 재무제표에 부실 PF 반영을 미뤄온 증권사들도 더는 피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사업성 평가 기준을 워낙 세세하게 제시한 데다 증권사들로부터 사업장 리스트를 전부 받아 관련 내용을 검수 중이어서다.

미분양이 발생했는데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받아줄 것”이라며 부실이 아닌 ‘건실’로 자체 평가한 일부 증권사 사례도 이번 검사를 통해 걸러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성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증권사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금감원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차일피일 미뤄온 부실도 조만간 장부에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해외 부동산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도 아직 안도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PF로 들어간 국내 부동산 투자와 달리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엔 주로 펀드 형태로 투자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들은 부동산 펀드에 7조1000억원을 투자해 9000억원의 손실을 인식했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온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작년 말 기준 해외 부동산 펀드 5개에서 손실만 3250억원을 인식했는데, 사정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올해 1분기에 같은 펀드들에서 278억원의 손실을 추가로 인식한 바 있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대체투자 부문에 3조원 넘게 투자했는데, 문제가 되는 해외 오피스와 호텔의 위험 노출 금액(익스포저) 대비 누적 평가손실은 37.9%”라며 “아직 해외 대체투자 관련 평가손실 규모의 저점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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