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이 K뷰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전용 펀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K팝 인기에서 출발한 한국식 화장법에 대한 관심으로 국내 화장품이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K뷰티를 향한 주식시장 관심도 VC들의 K뷰티 투자를 이끌고 있다.
22일 VC업계에 따르면 국내 VC 마크앤컴퍼니는 최근 K뷰티 관련 스타트업 육성과 전문인력 양성에 투자하는 전용 펀드 결성을 시작했다. 약 100억원 규모 K뷰티 전용 펀드 결성이 목표로, 민간 출자자(LP)만을 유치해 이미 80억원 넘는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해 말 신세계그룹의 기업형 VC(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도 K뷰티와 K패션에 투자하는 560억원 규모의 전용 펀드 ‘신세계-KDBC아뜰리에투자조합’을 결성했다. 국내 업계 최초의 K뷰티 전용 펀드로, 해당 펀드에는 산은캐피탈이 공동업무집행조합원(Co-GP)으로 참여했다.
블라인드펀드(자금 모집 후 투자처를 확정하는 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대형 VC들도 최우선 투자처에 K뷰티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86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규모 벤처 펀드를 결성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첫 투자처로 K뷰티 스타트업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을 택했다.
VC가 K뷰티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 화장품이 이른바 제2의 전성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K뷰티 중소형 인디 브랜드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VC가 투자 핵심 지표로 삼는 글로벌 확장성 측면에서 K뷰티 스타트업이 완벽히 부합한다는 평가다.
K뷰티가 처음 조명을 받았던 2010년대 중반만이었다. 당시만 해도 주력 시장은 중국으로 한정됐다. 유럽으로 일부 수출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는 외면받았다. 여기에 K뷰티 인기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이 주도해 VC의 개입 여지는 적었다.
반면 최근의 K뷰티 인기는 중소형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중국을 떠나 수출 다변화를 꾀했던 중소형 브랜드들이 최근 K팝 인기를 타고 주목받으면서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의 경우 전체 매출의 90%를 미국, 유럽, 동남아 등에서 올리고 있다.
마크앤컴퍼니 관계자는 “자체 운영하는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DB) 플랫폼 ‘혁신의숲’을 활용,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 추이를 꾸준히 추적 중인데, K뷰티 스타트업의 성장세가 특히 돋보인다”면서 “거래액과 실적, 매출처 등을 분석해 데이터 중심 투자를 진행해 볼 예정인데 K뷰티가 가장 먼저 꼽혔다”라고 말했다.
주식 시장에서의 K뷰티 인기도 국내 VC들의 K뷰티 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실적이 뒷받침되다 보니 상장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상장 후 주가 흐름도 좋아서다.
가령 지난 2월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에이피알만 해도 상장 후 현재까지 확정 공모가(25만원) 상단에서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에이피알의 상장 전 투자유치에 참여했던 IMM인베스트먼트만 해도 에이피알 상장 후 주식 처분으로 원금의 약 10배를 회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돈을 버는 K뷰티 스타트업으로는 VC의 투자가 몰리고 있다. 뷰티테크 기업인 메디테라피는 지난 4월 시리즈A 라운드에서 약 1000억원 몸값에 260억원을 유치했는데, 한국투자파트너스, DSC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국내 주요 VC가 대거 참여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K뷰티는 주식 시장에서 반도체, 이차전지와 같이 하나의 테마로 변한 모양새”라면서 “기초 화장품을 주력으로 했던 K뷰티가 최근 홈 뷰티 디바이스 등으로 확장해 나가면서 K뷰티 인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들어 6월까지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48억2000만 달러(약 6조7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넘게 증가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특히 미국으로 수출액이 1년 전보다 61% 늘었다. 일본으로의 수출 규모도 22% 증가했다. 대중국 수출액은 1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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