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에만 4000억 이상 늘어
중소기업 여신 중심으로 부실 확대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로 위험 가중
국내 보험사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한 해 동안에만 4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대출에서의 연체가 조 단위를 기록한 건 10여년 만의 일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몸집을 불린 중소기업 대출에서 부실이 꿈틀대면서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시돼 온 금융지원이 종료되면서 위기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실행한 대출에서 상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연체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조6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9%(4471억원) 늘었다. 보험업계 대출 연체가 1조원을 웃돌았던 건 2013년 1분기 말(1조140억원)이 마지막이었다.
보험사별로 보면 메리츠화재가 품고 있는 연체 대출이 265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8.8% 증가하며 최대를 나타냈다. 이어 삼성생명이 1207억원으로, 흥국화재가 1143억원으로 각각 88.0%와 193.0%씩 늘며 해당 금액이 1000억원 대로 올라섰다.
이밖에 ▲한화생명(871억원) ▲DB손해보험(764억원) ▲동양생명(570억원) ▲교보생명(454억원) ▲삼성화재(404억원) ▲NH농협생명(334억원) ▲흥국생명(318억원) 등이 대출 연체 보유량 상위 10개 보험사에 이름을 올렸다.
유형별로 보면 중소기업대출에서의 부실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가계대출에서도 연체가 꿈틀거리고는 있지만, 중소기업 여신에 비해서는 불안이 덜한 모습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간 보험사들이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680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7.9% 급증했다. 가계대출에서의 연체는 378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5.7% 증가했다.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고금리 여파가 대출의 질을 악화시키는 흐름이다. 이자 부담이 누적되면서 개인과 기업 모두 대출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대출이 가계보다 빠르게 늘어나 온 최근 몇 년 동안의 추이와 맞물려 보면 더욱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계속 누적돼 온 기업대출이 높은 금리와 맞물려 리스크가 증폭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기업대출이 불어나 온 배경에는 가계 빚에 대한 규제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가계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도가 높아지자, 그 자리를 기업대출이 대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DSR은 차주의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로, 엄격하게 적용할수록 대출 한도가 줄게 된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사라진 직후 중소기업대출을 둘러싼 리스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현실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금융지원이 아니었다면 연체로 이어졌을 대출 중 상당수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억눌려 오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직후인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실시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4년 넘게 지속되다가 지난해 9월 종료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대출이 중심 사업인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연체 리스크 부담이 적을 수 있다”면서도 “반대로 그만큼 급격한 연체 확대에 따른 불확실성이 클 수 있는 만큼 신중하고 선제적인 여신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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