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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맨’ 서정진… 복귀 후 셀트리온 정상화 ‘착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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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회장은 2020년 말 현업에서 물러난 뒤 이듬해 3월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물러나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2021년 3월 셀트리온 주주총회에서 “나도 똑같이 정년이 되면 은퇴하겠단 약속을 지키겠다”며 “기업가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은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이 경영하다 부족한 점이 생기면 소방수 역할을 하기 위해 저도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용퇴를 선언했던 서 회장의 복귀는 2년여 만에 이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던 ‘렉키로나주’ 공급이 중단되고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이 지지부진하는 등 사업 여건이 악화한 탓이다. 서 회장이 현업에서 물러난 시점인 2020년 말 34만원 안팎이던 셀트리온 주가가 2년 만에 17만원 안팎으로 하락한 것도 복귀 이유로 언급된다. 그는 2023년 3월 공식 복귀를 선언하며 “회사 경영에 있어 앞날이 불확실하다면 기업 총수가 직접 영업 현장을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복귀 이후 소방수 역할에 집중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하며 그룹 숙원이었던 3사 합병의 초석을 놓았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으로 출범한 통합 셀트리온은 우수한 바이오의약품 개발·생산·판매 등 의약품 사업 전 과정에 대해 원스톱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남은 셀트리온제약 합병은 내년까지 진행할 방침이다.
직접 발로 뛰어 성과를 내기도 했다. 서 회장은 지난해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유럽,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에서 영업 활동을 펼쳤다. 하루에 의사 10여명을 만나 똑같은 내용을 설명하느라 나중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셀트리온은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부문에서만 1조453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 대비 11.6% 늘어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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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시마 확대에 포트폴리오 다변화… 지속 성장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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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램시마 정맥주사(IV) 제형으로만 지난해 단일 매출 약 1조원을 거뒀다.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한 램시마SC의 연매출은 3000억원을 넘어섰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유럽 주요 5개국의 램시마·램시마SC 합산 점유율은 74%에 이른다. 회사 오너인 서 회장이 직접 영업에 뛰어들며 의사들의 처방이 늘어난 영향으로 관측된다.서 회장은 올해에도 꾸준히 현장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신약으로 출시한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 제품명)를 영업하기 위해서다. 그는 올 상반기 내내 북미 현장 최일선에서 영업 활동을 진두지휘했다. 짐펜트라 출시 한 달 만에 미국 대형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인 익스프레스 스크립츠와 처방집 등재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셀트리온은 마케팅에 주력해 내년까지 짐펜트라를 연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키울 계획이다.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 확대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한국·유럽·영국에서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졸레어(성분명: 오말리주맙) 바이오시밀러 옴리클로에 대한 품목 허가를 받은 것.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바이오시밀러 아이덴젤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의 바이오시밀러 스테키마 허가를 획득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9개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2030년까지 22개로 늘릴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사업 확대 및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통해 실적 개선에 성공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올해 매출 3조5485억원, 영업이익 6583억원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전년 대비 매출은 63.0%, 영업이익은 1.0% 늘어난 규모다. 내년과 후년에는 매출이 각각 4조4000억원대, 5조원대에 달하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조6000억원대, 2조원대로 오를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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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 CEO… 셀트리온 회장 서정진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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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생인 서정진 회장은 1999년 12월 대우그룹에서 퇴직한 후 셀트리온 전신인 넥솔을 창업하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넥솔 창업 당시 자본금이 5000만원에 불과해 월세 10만원짜리 공간에서 사업을 확장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램시마·허쥬마 등 바이오시밀러 판매 허가를 잇따라 획득하며 회사를 키웠고 2016년 4월에는 제약·바이오 회사 최초 대기업집단 지정을 이끌었다. 서 회장은 평소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소탈하게 생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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