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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와 디자이너 등 업무상 마감 시한이 촉박하고 근무시간이 불규칙한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일수록 결혼과 출산 시 임금과 고용률 하락 폭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직업의 경우 결혼·출산 뒤 일과 가정 양립이 어려워 회사를 그만두거나 저임금 직종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김민섭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 환경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업상 시간 압박이 큰 여성은 결혼 3년 후 임금소득이 결혼 직전보다 61.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시간 압박이 작은 여성(-51.2%)보다 10%포인트 더 높다. 이는 시간 압박이 높을 경우 급여는 낮지만 근무 여건이 보다 나은 곳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더 많다는 뜻이다.
고용도 비슷했다. 마감 압박이 상대적으로 낮은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결혼 3년 뒤 고용률은 결혼 직전보다 46.5% 감소한 반면 시간 압박이 큰 여성은 59.1%나 줄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노동시장에 복귀하는 여성 중 다수가 결혼 이전의 직업에 비해 근로시간이 짧거나 시간당 임금이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게 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마감 시한이 촉박한 업종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기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임금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긴 반면 시간제 일자리의 비중이 낮아 유자녀 근로자는 일과 육아 사이에서 이분법적 선택지를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로제도 등 기존의 일자리를 포기할 필요 없이 근로시간이나 임금을 조정함으로써 육아와 경력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간 압박도가 높은 것은 직업상 불가피한 측면이 크겠지만, 노동 시장 구조나 제도적인 요인으로 인해 일자리에서 시간 압박이 크거나 초과 근로가 발생한다면 이는 정책적 개입의 대상“이라며 ”불필요한 야근, 비효율적인 장시간 근로를 유발할 여지가 있는 포괄임금제의 남용을 억제하고 성과·직무·근로 시간에 바탕한 임금 체계가 확산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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