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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리더십] ①경영 10년, 뚜렷한 비전 부재… 과감한 JY식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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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도약하기 위한 K-기업들에 ‘How to(어떻게)’를 넘어 ‘What to do(무엇을 할 것인가)’ 리더십의 시대가 열렸다. 글로벌 정치와 경제, 무역 등 한국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더 큰 문제는 국가의 미래를 이끌 경제 거인(巨人)이 없다는 점이다. 국가의 10년 뒤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창의적인 질문을 던지고, 미래 세대들에게 도전 정신과 영감을 불어넣어 줄 진짜 리더십의 부재가 한국 경제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아주경제는 한국 경제를 이끄는 4대 그룹(삼성, SK, LG,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들이닥친 위협 요인을 점검하고, 이들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준비를 갖췄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진단하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K-기업인들의 리더십과 경영 활동, 경영 성과를 점검하고 이들의 혁신을 향한 도전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조망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경영 10년’ 뚜렷한 비전 부재··· 과감한 JY식 결단이 필요하다
②비전 부재 후폭풍··· 흔들리는 삼성 ‘초격차’
③커지는 노조 리스크, 강성노조 제 살 갉아먹기 경계
④쌓이는 유보금··· 사라진 대규모 인수합병
⑤글로벌 네트워크 광폭 행보, 빅테크로 도약 원동력 삼아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삼성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053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재용 삼성전자회장이 5월 31일 2024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모습. 삼성호암상은 사회발전과 인류복지증진에 크게 공헌한 인사에게 주어진다. 고 이건희 회장이 1990년 호암 이병철 창업주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기업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삼성의 창립자 이병철 회장은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시장경제’를 제시했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세계 1등’의 꿈을 심어주며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14년부터 사실상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회장은 ‘탈권위·현장·포용’의 리더십으로 국민들에게 부드럽고 친근한 기업인으로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선대가 보여준 새로운 비전과 업적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병철·이건희 회장이 던진 미래 비전 
이병철 회장은 1938년 삼성그룹을 창립해 시장경제가 무엇인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면서 ‘제대로 된 자본주의’를 도입했다. 당시 한국은 농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고,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도 낮았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원리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한국경제의 근간을 바꿨다. 이병철 회장의 경영 철학은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여 국민을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이 철학 아래 삼성은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최고의 품질을 제공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 성장할 수 있었다.

또,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삼성의 경영을 이어받아 ‘세계 1등’의 꿈을 국민들에게 심어줬다. 그는 “삼성은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을 통해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회장은 ‘신경영선언’을 통해 조직문화를 혁신했고, 전자, 반도체,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1등을 달성했다. 삼성의 세계 1등 경험은 다른 기업은 물론 사회 전체에 파급됐고, 전세계에 K열풍으로 이어졌다.

 

이재용式 미래 비전 제시하고 10년 뒤를 내다봐야
현재 삼성을 놓고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리더십 부재다. 이 회장은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진지 10여년이 흘렀지만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물론 2017년 국정농단으로 구속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까지 이어지는 ‘사법리스크’에 대한 영향도 컸다. 하지만, 2021년 가석방 출소 후 이듬해 회장직에 오른지 2년이 흘렀다.
 
삼성은 이재용 체제가 들어선 뒤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방산·화학업체를 한화에 매각했지만, 대규모 인수는 전장·오디오 기업인 하만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삼성이 10년 후를 내다본 미래 성장동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자식과 마누라 빼고 다 빠궈라”라는 ‘신경영’을 선언하며 10년 뒤 미래를 준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시절, 대한민국은 삼성이 그리는 10년을 바라보고, 삼성이 준비하는 미래를 참고해 정부부처도 움직였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이룬 ‘초격차’ 메모리반도체도 최근 차세대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주며 아성이 무너지는 상황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근 HBM 사업을 두고 “미래를 내다보는 힘으로 성장해 온 삼성이 이제 미래 판단 오류로 HBM을 내줬다”고 토로했다.

 

경영 정상화 시동··· 스태프 조직 개편 필요  
국정농단 사태로 미래전략실(미전실)이 해체된 뒤 정현호 부회장 주도 하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다. 이 선대회장 시절부터 그룹 핵심 요직을 맡은 정 부회장은 미전실 해체로 잠시 사임했다가 2017년 말 삼성전자가 사업지원 TF를 출범시키면서 사장직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TF 조직이 이 회장의 부재를 메꾸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TF 조직이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지적과 함께 인수합병(M&A) 등 큰 사안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사업지원 TF 출범 이후 대형 M&A는 그룹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9년 미국 법인 내 중앙처리장치(CPU) 개발팀 해체와 최근 지적받고 있는 HBM 대응 실기, 범용 D램 공정 전환 지연이 지적되고 있다.
 
최근 사법리스크가 일정부분 해소돼 이재용 회장의 경영활동이 정상화된 시점에서 스탭 조직의 혁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이재용 회장의 3세대 경영에서 스탭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며 “최고의 꿈을 꾸고 상상하는 비전을 갖춘 혁신형 스탭을 구성해서 국민들에게 삼성이 꿈꾸는 10년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리콘밸리형 리더십으로 AI 대전환기 준비하라 
경영학자들은 두 가지 기업가 유형이 있다고 말한다. 월스트리트형과 실리콘밸리형이다. 월스트리트형은 M&A를 통해 기존에 있는 기업을 사서 포장해서 비싸게 파는데 골몰한다. 반면, 실리콘밸리형은 꿈과 비전을 쫓는다. 인류에게 무엇을 제공할 지를 고민한다. 돈은 이런 꿈과 비전을 따라간다.
 
한 경영전문가는 “AI 대전환기에 삼성은 수율게임에서 확률게임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도체는 전형적인 수율게임인데, 수율이 높으면 돈이 벌리는 구조다. 반면, 확률게임은 10개 중 1개를 성공시키는 것인데, 그 1개가 100배의 돈을 벌어다 준다. 10배의 투자이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출신 임원은 “이재용 회장은 인류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이런 고민을 통해 선대를 뛰어넘는 리더십을 확립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용어설명]
▲월스트리형 리더십=
주로 금융시장의 규칙에 따라 기업을 운영하는 스타일이다. 단기적인 재무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즉각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실리콘밸리형 리더십=지속적인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신기술과 새로운 시장을 탐색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은 장기적인 혁신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가 인류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고려하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재무 성과를 달성한다.
▲수율 게임(Yield Game)=제조업에서 제품의 양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수율은 전체 생산량 중 결함이 없는 완제품의 비율이다. 반도체 생산은 미세한 공정 오류가 전체 제품의 성능과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높은 수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확률 게임=여러 시도 중 일부 성공을 목표로 하며, 성공한 한 개의 시도가 큰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벤처 캐피털은 확률 게임의 대표적인 예이다.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하여 일부 성공적인 기업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높은 수익을 창출한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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