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안 시행된 기술신용평가…10년간 성적표는? [TCB 도입 10주년 (1) 프롤로그]
[한국금융신문 김다민 기자] 금융위원회가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에 기술신용평가를 통해 대출한도 증액, 금리 혜택을 주는 ‘기술금융’ 제도를 2014년 도입했다. 도입 10주년을 맞아 그간 이뤄진 기술금융 및 기술신용평가를 돌아보고 기술신용평가사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기술금융이 제도 도입 후 가파르게 성장해 왔으나 신뢰성 문제가 불거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검사결과 기술신용평가(이하 TCB평가)의 정확성 및 공정성 부족뿐만 아니라 기술금융대출(이하 TCB 대출)의 통계 관리 문제 등이 감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1일부터 기술금융 본연의 취지 강화 등을 위해 기술금융 개선방안을 시행했다.
TCB평가는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게 보다 좋은 조건의 금융서비스를 지원하고자 2014년 7월부터 도입된 제도다. 기업의 기술(T)과 관련된 기술성, 시장성, 사업성을 평가한 기술평가등급과 기업의 재무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한 신용평가등급(CB)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기술신용등급을 산정한다.
현재 6개의 TCB평가기관(NICE평가정보·NICE디앤비·한국평가데이터·이크레더블·SCI평가정보·한국기술신용평가)이 운영하고 있으며, 2022년 말 기준 연평균 34만여 건의 TCB평가서를 신규 발급했다. 그 대가로 은행은 연평균 약 866억원의 수수료를 TCB평가기관에 지급했다.
21일 기준 현재 기술금융 통계는 TCB평가에 기반한 모든 대출을 포함해 산정한다. 그 결과, 기술금융 규모가 급성장했다.
금융위원회가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술금융 건수는 2014년 1만4413건에서 2022년 83만8330건으로 건수는 58배 이상 늘어났다. 대출잔액의 경우 2022년 325조9611억원으로 2014년 8조9247억원에 비해 36.5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분석한 결과, TCB대출의 68.8%는 일반대출에 불과해 실적이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대출은 기존 대출을 금리나 한도 등의 조건 변동없이 TCB대출로 단순 전환한 것을 의미한다.
즉, 조사대상 324조원 중 31.2%인 100조7000억원만 TCB평가결과가 금리 및 한도 등 대출조건에 반영된 대출로 인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아울러 감사원이 조사한 결과 TCB평가기관이 기술신용을 부실하게 심사해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부재했다.
특히 6개 TCB평가기관의 2020년부터 3년간 TCB평가서 발급실적을 분석한 결과 1인당 하루 평균 8건 이상을 발급하고 있었다. 이에 감사원은 TCB사가 실효성 있는 심사를 하고 있다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기술금융과 무관한 병·의원 등 일반 업종에 저리의 정책자금을 지원한 점도 지적했다. 실태분석 결과 기술금융 대상인 기술형 창업기업으로 보기 힘든 일반업체가 TCB평가서를 발급받아 2~3% 저리의 정책자금을 지원받고 있었다.
2022년 말 기준 은행의 TCB기반 기술형창업기업 대출 총액 약 10조1000억원에서 제외업종에 해당하는 실적이 1조6000억원에 달했다. 즉, 실제 TCB기반 대출실적은 약 8조5000억원으로 대출실적의 8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위는 기술금융 본연의 취지에 맞게끔 기술금융 제도의 개편안을 마련해 지난 1일부터 시행했다.
앞서 언급한 일반 병·의원 및 소매업 등과 같은 비(非) 기술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을 막기 위해 기술금융 대상을 정비했다.
이에 정책 대상 기술기업을 충실히 평가해 기술금융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평가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평가기준 강화 등의 제도 개선도 이뤄졌다.
평가자 임의대로 관대한 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제도기술신용평가 등급별 정량점수 최소 기준을 마련하고,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한 등급판정 가이드를 제공해 평가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TCB 업계 관계자는 “그간 정성 지표를 부당한 방법으로 이용해 기술기업을 관대하게 평가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가에 대한 신뢰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기술금융이 나오게 된 정책 금융 취지와 다소 상충될 수 있어 명확한 기준 마련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지만 TCB평가의 실효성은 증명되고 있다. 금융권 스타트업 중 TCB평가서 높은 등급을 받은 기술기업들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P2P금융기업 렌딧은 나이스평가정보가 실시하는 TCB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TI-2 등급을 인증받았다.
모든 기술신용평가(TCB)의 등급은 TI-1부터 TI-10까지 총 10등급으로 나뉜다. 당사는 이 중 ‘매우 우수’에 속하는 상위 2번째 등급인 TI-2 등급을 받은 것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TI-2 등급은 ‘매우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시장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가능성이 매우 우수한 수준’의 기업에 부여하는 등급으로, 코스닥 기술 특례 상장 조건을 물론 상장 및 대기업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것을 의미한다.
현재 렌딧은 현대해상·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트래블월렛·루닛과 유뱅크(U-Bank)컨소시엄을 구성해 제4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고 있다. 당사는 컨소시엄에서 중금리 대출 분야의 신용평가 모형의 기술적 부문을 담당한다.
인슈어테크 플랫폼 ‘보닥’을 운영하는 아이지넷도 지난해 9월 한국평가데이터(KODATA)에서 진행한 투자용 TCB평가에서 상위 3단계인 ‘우수(TI-3)’를 획득했다.
이번 평가에선 당사의 핵심 기술인 ‘마이데이터 기반 분석 및 진단 통한 개인별 맞춤 보험 추천’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평가사 측은 전체 항목의 평가 내역을 고려해 기술력과 미래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기술적 차별성과 경영 전문성, 연구개발 투자 및 개발 역량, 제품 경쟁력, 사업 능력을 가장 높이 평가받았다.
아이지넷은 국내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중 최초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난 5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또한 올해 초 실시된 사업모델평가에서 사업 모델 차별성과 확장성, 경영 전문성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A, A등급을 획득했다.
김다민 한국금융신문 기자 dm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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