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롯데카드가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품에 안긴지 5년이 지났다. 보통 사모펀드가 투자 후 3~5년 후 엑스트(자금 회수)를 추진함에 따라 최근 롯데카드 매각설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사모펀드 산하 롯데카드는 지난 5년간 성공적으로 기업가치를 키웠을지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금융기관 직원들의 배임·횡령 기사는 매년 끊이지 않는 단골 뉴스다. 수백만원부터 수백억원의 금액이 소수 직원들의 부정행위로 인해 사라지곤 한다.
이는 지난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IBK기업은행의 횡령 사건을 시작으로 경남은행 2988억원 횡령 사건 등 1년 내내 금융사고 관련 기사들이 이어졌다. 카드업계에서도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롯데카드 직원 2명이 105억원을 배임한 것이다. 2021년 우리카드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이후 카드업계에서 2년 만에 발생한 배임·횡령 사건이었다.
2017년 직원 횡령 사고를 겪었던 롯데카드는 2019년 MBK파트너스 인수 후 사건사고 없이 무탈했다. 그러나 내부 시스템을 교묘하게 악용한 직원들로 인해 지난해 배임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직원들은 롯데카드 마케팅팀의 전 팀장과 팀원이다.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 부실 제휴 계약을 맺고 카드사로부터 105억원을 취득한 것이 확인돼 지난해 8월 검찰에 고발 당했다.
이들은 배임한 105억원 중 66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및 가족회사를 통해 취득해 부동산 개발 투자, 자동차·상품권 구매 등에 소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회사로 넘어간 돈 이외에 39억원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수사기관을 통해 수사 중이다.
롯데카드는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이행하는 등 내부통제 기능을 더욱 강화했다.
우선, 전사의 계약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고 관련 프로세스 등을 원점에서 재점검했다. 회사의 모든 유효계약건을 점검하여 즉시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또한 모든 계약 관리 프로세스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여 누락을 방지하고 사전 통제하는 등 계약의 공정성과 투명성 향상을 위해 계약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이 밖에도 외부 협력 업체 선정 단계에서부터 계약 체결 및 계약서 날인 단계까지의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이상 징후 탐지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구매담당 부서가 협력사 선정 절차를 전반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구매업무지침 개정 및 프로세스를 정비했고, 계약 체결 단계에서는 표준 계약서 내용 강화 및 계약 검토 부서의 철저한 계약서 점검 절차가 필수적으로 이행되도록 계약 체결 프로세스를 보완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과 여전업권이 마련하여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인 ‘내부통제 관련 모범규준’ 가운데 ‘제휴서비스 업체·제휴업체 선정 및 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제휴업체 관련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통제를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여신금융업권에서도 다 같이 변화를 약속했다. 먼저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2월 ‘여신금융업권 금융사고 예방 지침 59조’를 제정 공고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카드사는 제휴업체와 접촉하는 현업 부서 외에 제휴 업체를 선정하는 부서 그리고 이를 감시하는 부서를 따로 둬야 한다.
업체를 선정할 때는 건전성, 평판 등을 확인해야 하고 정상 영업 여부도 주기적으로 직접 파악해야 한다.
이 밖에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시한 내부통제 기준과 내부고발자 보호 등을 위한 금융사고 예방 지침도 함께 마련했다.
롯데카드를 비롯해 업권이 노력하고 있지만 제재 법안 미비로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배임 사건을 일으킨 롯데카드 전 직원들은 적발 1년이 지난 지금도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이들이 거액을 배임했음에도 구속 수사 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건 처벌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과 달리 여신전문금융업권에서는 임직원의 배임·횡령에 대해 처벌 근거가 없다.
그 결과 대부분의 금융권 직원들이 배임·횡령 적발 후 구속 수사를 받다가 징역형을 선고받는 것과 달리 여전사 직원들은 동일 범죄를 저질러도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일상을 보낼 수 있다.
문제는 범죄 후에도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이들이 단지 해고됐을 뿐 제대로 된 처벌은 받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 사회에서 배임이나 횡령이 인정돼 법적으로 처벌까지 이어지는 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롯데카드 배임 사건도 처벌까지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e-나라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사범 형사사건으로 접수된 8만 895명 중 구공판(피의사실 또는 범죄사실이 중대한 경우 검사가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 처리된 경우는 12.2%에 불과하다.
해당 비율은 ▲2018년도 9.4% ▲2019년도 9.1% ▲2020년도 8.8% ▲2021년도 9.3% ▲2022년도 10.8%로 매해 10% 내외에 그쳤다.
대부분 불기소 또는 구약식 처리됐다. 혐의 없음으로 기소되지 않거나 범죄사실이 경미하다며 약식 처벌된 것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여전사 임직원이 횡령·배임이나 대출 취급 부실 등으로 적발되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도록 근거를 신설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당시 강훈식 의원은 “금전사고를 저지른 임직원에 대해 직무 배제, 면직, 정직, 감봉 등 금융당국의 신속한 제재가 필요한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여전사와 상호금융권이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지난 5월 말 21대 국회가 종료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폐기됐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임직원이 횡령· 배임 등을 저질러도 당국이 처벌할 근거가 없는 상태에 머물게 된 것이다.
금융권은 동일한 문제 발생을 막기 위해 관련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초 ‘내부통제 관련 모범규준’이 시작됐지만 이는 자율 규제이므로 강제성이 부여되는 법안 통과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같은 상황이 막연히 이어지면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도 그저 또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처벌 법안 마련으로 금융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높이고 추가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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