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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이 고려아연의 황산계약 중단에 대해 신청한 가처분 소송 첫 심문에서 양측은 황산의 위험성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업계에선 황산 처리를 독점적으로 고려아연에만 맡겨온 배경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고려아연 외에도 황산 처리 및 저장업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노후화가 심각한 고려아연의 황산 탱크를 고집해 7년간의 유예를 요구한다는 점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이다. 현재 고려아연도 안전 상의 이유로 외부 저장업체에 황산 일부를 맡기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황산취급대행 계약 중단에 대한 가처분 심문이 처음으로 열렸다. 양측은 미리 만들어온 자료를 근거로 상대 측 주장을 반박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통상 가처분 소송은 심문 종결 이후 늦어도 3주 안에 선고가 나온다”며 “이번에 첫 심문이 열린 만큼 9월 중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앞서 영풍은 지난 2일 고려아연이 황산취급대행 계약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황산은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물질로 별도 탱크에 저장 관리해야 한다. 영풍은 고려아연과 계약을 맺고 20년 넘게 자사의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황산을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로 보내 관리를 맡겼다. 하지만 지난 4월 고려아연이 계약 갱신이 어렵다는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영풍의 대응에 의문을 표하는 의견이 나온다. 제련업을 50년 넘게 해온 영풍 석포제련소가 황산을 배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를 자체적으로 저장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다.
또 현재 고려아연의 황산탱크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보수 작업 등을 위해서 고려아연도 타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산제련소에 있는 황산탱크들도 설치한 지 30년 넘게 지나면서 여러 탱크에서 두께가 얇아지는 등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미 지난 2년간 5기를 철거했고 올해도 4기에 대해 철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사업장 내 탱크를 철거하고 외부 업체에 황산 저장을 맡겨 안전 공간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온산선 폐지에 대한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크다는 점도 고려아연이 불가피하게 영풍과 계약을 중단하게 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황산은 온산 국가산업단지 화물처리를 위한 철도인 온산선을 타고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로 옮겨진다.
문제는 황산이 위험물질인 까닭에 온산선 인근 주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인근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사고가 발생하면서 큰 인명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온산선 폐지 여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고려아연이 영풍의 황산을 더이상 취급하지 않겠다고 한 데 대해 지역민들은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풍이 주장하는 유예기간 7년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영풍은 황산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와 동해항에 나눠 보관하고 있는데 동해항 증설이 지역민들의 반대로 어려워 온산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온산에서도 지역 주민들이 황산 운송을 반대하고 있다. 7년간 계약을 연장하는 것도 지역민의 반대에 부딪히는 만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고려아연이 황산을 취급해주지 않으면 아연 등을 생산하지 못해 지역경제가 악화한다는 영풍의 주장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석포제련소는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폐수 무단 방류에 따른 환경오염, 안전장치 미비에 따른 인명사고 발생이 지속돼왔기 때문이다. 지역 안전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지역경제를 앞세워 위험물질을 다른 지역과 다른 기업에 맡기는 셈이라는 주장이다.
앞선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황산탱크 노후화와 온산선 폐지 여론 등으로 곤란한 상황에서 영풍이 자사 황산을 계속해서 받으라고 하는 건 ‘떼쓰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지금이라도 빨리 다른 업체를 찾거나, 스스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등의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영풍과 지역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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