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1980년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순화 교육’을 받고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재차 승소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 19-2부(부장판사 김동완 배용준 정승규)는 삼청교육대 피해자와 유족 등 2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총 12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본인과 피해자의 형제자매·자녀·배우자 등 유족에 대한 배상액을 피해 정도와 기간에 따라 적게는 200만 원에서 많게는 약 2억800만 원으로 각각 산정했다.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은 삼청교육대 순화교육과 보호감호 처분 기간까지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30개월 이상 수용됐다.
재판부는 1심 판결 선고일부터 2심 판결 선고일까지의 지연손해금 지급도 명했다. 다만 1심 판결보다 인용된 금액이 늘어난 일부 원고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1심 판결과 인용된 금액이 같거나 오히려 감소한 이들도 있었다.
재판부는 “계엄 포고에 따라 영장 없이 체포, 구금돼 삼청교육대에서 순화 교육을 받고 근로봉사라는 미명 하에 구금 상태에서 법률에 의하지 않은 강제노역을 했으며 그 후에도 보호감호 처분을 받음으로써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설명했다.
또 “계엄 포고의 내용은 비상계엄 전국 확대 이후 동요 우려가 있는 시민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었을 뿐 발령될 당시의 상황이 구 계엄법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계엄 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등 실효되기 이전부터 유신헌법, 현행 헌법, 구 계엄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불법행위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배상법 제2조 1항에 따라 이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도 국가가 원고인 피해자들에게 배상액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인용된 금액이 적다며 항소했고, 정부는 위자료 액수가 과다한 데다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쌍방이 모두 항소했다.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대 불량배 소탕과 순화 교육을 명분으로 ‘계엄 포고 13호’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영장 없이 6만 755명을 영장 없이 검거했고, 그 가운데 약 4만 명을 군부대에 설치된 삼청교육대에 불법 구금해 순화 교육과 강제 노동을 시켰다.
순화 교육이 끝나고도 ‘미순화자’로 분류된 1만여 명은 군에 수용돼 근로 봉사자로서 3개월간 다시 순화 교육을 받았다. 그중 7578명은 또다시 1년 내지 5년의 보호감호 처분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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