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선택하는 차주가 늘고 있다. 고금리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21일 주요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신규 취급 주담대 기준 고정형 비중은 91%에서 높게는 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6월 46%~80%인 것과 비교하면 하단의 경우,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
이는 다소 고개를 갸웃거릴 법한 일이다. 통상 고정금리는 저금리 시대에 인기가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 고정금리로 30년 만기 대출을 받는다면 차주 입장에선 시장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추가로 늘어나는 부담이 없다. 지금처럼 고금리 상황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을 때는 변동금리를 택하는 게 정상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연초 금리 변동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고정형 대출 비중을 늘리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은 금리를 5년 단위로 고정하는 주기형 중심으로 주담대 판매를 늘리기 시작했다. 주기형 상품이 없었던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2월과 4월에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은행들은 관련 상품 우대 금리를 확대 적용하는가 하면,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통해 의도적으로 고정형 주담대 경쟁력을 높였다.
은행채 금리 하락도 은행 부담을 덜어줬다. 고정금리 산정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올해 4월 3.976%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 18일 기준 3.332%까지 떨어졌다. 같은 날 주요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 금리는 2.84%~5.64%로 집계됐다. 변동형 금리가 4.09%~4.88%인 것과 비교하면 하단이 1.35%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 가산금리를 더 높이는 스트레스DSR 2단계 적용됐을 때 한도면에서 고정형이 더 유리해서다. 실제 상대적으로 금리 리스크가 낮은 고정형 대출은 완화된 가산금리를 적용받게 돼 상대적으로 한도 축소 영향이 적다.
예를 들어 소득 1억원인 차주가 시중은행에서 30년 만기 분할상환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는다면 주기형(고정형) 한도는 6억4000만원, 변동금리 한도는 6억원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변동형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고객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환대출이 활성화 되면서 5년 주기 도래 전인 3년 후에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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