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파리 올림픽은, 역대 최악의 성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대회다. 아예 본선 티켓을 놓친 종목들이 많아 선수단 규모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스포츠에서 섣부른 예측은 오판을 불러올 뿐이다.
어려울 때 탄생한다는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태극전사들은 주위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암울한 전망은 밝은 기대로 바뀐다.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국 레슬링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전망이 밝지 않다. 당장 1년 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 2개에 그쳤기에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출전 선수 2명의 ‘미니 선수단’에도 희망은 있다. 한국 레슬링은 그레코로만형 최중량급(130㎏이상)에 출전하는 이승찬(28·강원도체육회)을 기대한다.
이승찬은 주니어 시절 각광받던 선수다. 그는 2012년 아시아 유스 선수권, 2014년 아시아 주니어선수권에서 잇따라 우승한 경험이 있다.
성인 무대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잦은 부상으로 고전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체대 재학 시절 왼쪽 어깨 탈구와 오른쪽 무릎 부상 등으로 2년 가까이 재활에만 매달렸다. 2021년에는 오른쪽 어깨를 다쳐 도쿄 올림픽 출전 기회를 놓쳤다.
이에 선수 은퇴를 고려하기도 했던 이승찬은, 파리 올림픽을 마지막 도전 무대로 삼았다.
그리고 올해 열린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김민석(수원시청)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김민석은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고,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을 딴 이 체급의 간판급 선수다.
이승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파리 올림픽 티켓을 획득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4월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아시아쿼터 대회 그레코로만형 130㎏급 경기에서 나빈 나빈(인도)과 오쿠무라 소타(일본)를 차례로 꺾고 올림픽 출전을 확정 지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바짝 기량을 끌어올린 이승찬은 올림픽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이승찬의 신조는 ‘스스로에게 떳떳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레슬링을 하루빨리 그만두고 싶었기에, 아쉬움이 남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면서 “냉철하고 냉정하게 분석해 대회에 임하겠다. 한국 레슬링 중량급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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