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총선 이후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국정 동력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거야(巨野) 압박과 의정 갈등을 포함해 국내 현안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상외교 성과로 새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내부에서는 총사업비 25조 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지역 신규 원전 2기 건설사업 수주가 하반기 국정을 이끌어나갈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하반기 초입부터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이라는 쾌거를 거두면서 원전산업 정상화와 수출 증대라는 두 가지 토끼를 한 번에 잡게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경남 창원에서 주재한 14번째 민생토론회 주제를 ‘다시 뛰는 원전산업’이라고 잡을 만큼 원전 생태계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아 왔다.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 이어졌던 탈원전 기조가 국내 원전산업을 황폐화하고 원전 종사자들을 사지(死地)로 내몰았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를 원전 재도약 원년으로 삼겠다고 할 정도로 원전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간 시간을 쪼개 체코와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 4개국 정상과 신규 원전 협력에 관해 논의했던 것도 같은 차원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원전 수주로 창원 지역경제가 완전히 살아날 길이 열렸다”며 “수주를 못 했으면 회복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4조 원에 이르는 원전 수출 실적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는 성과를 이번에 올리게 됐다.
지난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 300억 달러(약 37조 원) 규모 투자 유치 약속에 이어서 또 한 차례 대한민국 제1호 영업사원의 면모를 부각시킨 셈이다.
무엇보다 총선 참패 이후 3개월간 이어진 무기력증에서 벗어날 모멘텀이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
192석을 가져간 범야권이 연일 대정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의료개혁에 따른 의정 갈등이 출구를 찾지 못하는 등 국내 현안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대통령실 내 사기는 바닥을 기어 왔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나토 정상회의 성과와 체코 원전 수주 요인으로 지지율이 반등세를 나타내자 용산 참모 사이에서는 “오래간만에 좋은 소식”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22년 1월 25일 게시한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 한 줄 공약을 재소환한 것도 ‘약속을 지켰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한 결과를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공약을 지키는 대통령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중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초심을 되새기며 체코 원전 수주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겠나”라며 “유럽 원전 수출이라는 힘든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왔고 다시 또 여정을 출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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