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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20년 만에 깬 침묵…”여전히 고통 속에 있어”

이투데이 조회수  

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20년 전 밀양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 속에 있다.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2004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이날 방송에는 2004년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김미선(가명)씨와 당시 사건 현장에서 이를 목격한 피해자의 동생이 등장해 인터뷰에 응했다.

당시 15살이었던 피해자는 현재 30대 중반의 어른이 됐고 당시 14살의 동생 역시 20여 년 동안 언니와 고통을 함께 겪어왔다.

미선씨는 “2004년 이후로 패턴이 똑같다. 약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라고 털어놨다. 동생 역시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을 못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신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들은 해당 사건에 대해 검색을 한 적도, 직접 찾아본 적도 없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다고 해서 서로 모른 척 흐르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20년 만에 침묵을 깬 것은 최근 논란이 된 가해자들의 신상을 유포한 유튜브 채널 때문이었다.

동생은 “지난 6월 2일이다. 일요일에 남동생이 유튜브가 난리가 났다고 했다. 가해자 신상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한 유튜버의 폭로로 가해자 7명이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한 지자체는 80여 개 시민단체와 대국민 사과도 진행했다.

이러한 가운데 가해자 44명에 속하지 않은 일반인의 신상이 공개되며 고소전도 진행됐다. 이 모든 일에 유튜버는 피해자의 동의를 얻었다고 했으나, 피해자는 결코 동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동생은 “유튜버한테 메일을 보냈다. 우린 아직도 그 안에 살고 있다. 영상을 지워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쪽에서는 ‘이렇게 된 거 같이 사건을 키워보는 게 어떻냐고 했다”라며 “무서웠다. 피해자가 동의했다고 쓰여 있어서 가해자들이 복수할까 봐”라고 불안함을 내비쳤다.

미선씨 역시 “저는 아직도 집 현관문을 수십 번 확인한다. 이 사태가 커지므로 해서 더 힘들다. 제가 잘못한 게 아닌데 왜 이래야 하나. 억울하다”라며 “동의한 콘텐츠를 하나도 없다. 영화도 그렇고 제게 동의를 구한 적은 없다”라고 눈물을 보였다.

미선씨의 동생은 20년 동안 이어진 침묵을 깬 것에 대해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우리 이야기로 계속 떠드는 데 얼굴 한번 마주 보자 싶었다”라고 말했다.

미선씨는 “그땐 어렸고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도 몰랐다. 저희 진술만 있으면 처벌받는 줄 알았다”라며 44명의 가해자 중 단 한 명도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2004년 1월, 자매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가해자들을 알게 됐다. 만나자는 권유로 인해 자매는 처음으로 울산으로 향했고 차가 끊기자 방을 잡아 주겠다는 가해자들을 ‘친절을 베푼 오빠들’이라고 생각했다.

미선씨는 “잠만 자고 가라고 했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인 줄 알았다. 하지만 무리가 구경시켜주겠다며 동생을 데려간 뒤에 저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라며 “처음에는 전화로 오라고 했다. 아니면 집에 전화하겠다고 해서 아빠가 알게 될까 봐 무서워서 갔다. 다음에는 촬영한 게 있어서 그걸 퍼트릴까 봐 무서워서 갔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고3이 된 가해자들이 창원으로 취업을 가면서 범행 장소는 창원으로 넓어졌다. 아버지의 폭행으로 엄마는 집을 나간 상황에서 자매가 의지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뒤 자매의 고통을 알아챈 것은 이모였다.

미선씨는 “알리고 싶지 않아서 아니라고 했는데, 동생이 우는 바람에. 왜 경찰에 신고해서 나를 힘들게 하는지 이모가 원망스러웠다. 경찰 조사가 너무 끔찍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12월 7일 가해자들이 단체로 체포된 날, 경찰은 자매에게 가해자의 면전에서 가해자를 지목하게 했다. 그리고 지목과 동시에 자매는 가해자 부모에게 욕을 먹어야 했다.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시 과학수사대는 자매에게 ‘너희가 밀양 물 다 흐려놨다’라고 비난했고 자매의 고통은 언론으로 흘러나가 동생까지 피해자로 잘못 보도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자매의 아버지는 자매에게 가해자와의 합의를 강요했다. 가해자들의 변호사 사무장은 자매에게 탄원서도 강요했다. 이로 인해 자매는 ‘좋아했다’, ‘보고 싶다’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쓰고 가해자의 면회도 가야 했다.

어른들의 종용으로 자매는 10명 중 6명과 합의를 했다. 합의금을 챙긴 아버지는 당시 후회하냐는 질문에 “후회한다. 돈을 적게 받았다고 욕을 하더라”라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이후 자매는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다른 학교로 전학 갔으나 가해자의 부모들은 그곳까지 찾아왔다. 미선씨는 “학업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복학했는데 소문이 나서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학교에서 회장도 했었고 열심히 하고 싶었는데 안 됐다”라고 전했다.

미선씨는 “학생들은 죄를 지으면 소년원에 가는 줄 알았다. 소년부 송치가 소년원 수감인 줄 알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합의해줘도 죄를 물을 수 있는 줄 알았다”라며 “이후 재판 결과는 들은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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