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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로봇 기업들이 일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산업용 로봇 강국이지만 서비스 로봇 시장에선 주춤하는 분위기다. 이에 자율주행 로봇이 활용될 만한 일본 서비스 시장에서 국내 로봇이 잇따라 러브콜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10년 전만 해도 소프트뱅크 로봇 ‘페퍼’로 전 세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일본이 한국 로봇을 수입하는 형국으로 뒤바뀐 셈이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 국내 서비스 로봇이 지속적으로 입지를 키우며 부족한 일자리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로봇 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 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는 이달 초 일본 법인을 세웠다. 일본 법인 설립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일본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눈에 띄는 점은 베어로보틱스 일본 법인이 도쿄도 지원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도쿄도 및 일본 키라보시금융그룹이 공동 진행하는 ‘금융기관 연계 해외사업 유치 촉진 프로젝트’에 지원 기업으로 최종 선정되면서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는 “이번 일본 법인 설립을 통해 일본 내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며 현지 기업 및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베어로보틱스의 모빌리티 플랫폼 솔루션을 통해 산업 전반의 인력 문제를 해결하며 일본 현지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효율성 및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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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로보틱스는 일본 소프트뱅크와의 협력을 통해 서빙 로봇 ‘서비 플러스’를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일본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서비 플러스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대용량 배식이 가능하면서 작은 회전도 할수 있는 고급형 서빙 로봇으로 일본 골프장에서도 쓰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20년 베어로보틱스의 3200만달러(약 370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기도 했다.
로보티즈도 일본에서 사업을 확대 중이다. 지난달에는 자율주행 로봇 ‘개미(GAEMI)’가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보조금 지원 대상 로봇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회사 측은 “로봇이 일본 내 다양한 호텔 및 병원, 오피스에서 실제 운용되고 있다”며 “다양한 실증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왔던 점이 지원 대상 로봇 선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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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배송 로봇’이라는 일본 현지 소개 문구처럼 별도의 인프라 변경없이 자유로운 층간 이동이 가능한 것도 개미의 차별점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일본은 오래된 건물들이 많고 엘리베이터도 비교적 노후화돼 있어 통신 연동 등 기술적인 연결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개미는 별도의 통신 장치 연결 없이도 자유롭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수 있어 비교적 노후화된 건물에서도 도입 및 운용이 가능하다. 특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팔이 달려 있는 만큼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 외에 카드 태깅, 노크, 벨링 등 다양한 인터랙션이 자유롭다.
그렇다면 로봇 강국인 일본에서 국산 로봇이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 시장이 이분화돼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공장 자동화에 쓰이는 산업용 로봇 시장에선 압도적인 강국이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의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은 45%를 차지했다. 대형 공장에 설치된 로봇을 주로 생산하는 화낙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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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 하는 일본 기업이 서비스 로봇 시장에 잇따라 진출한 때가 있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진 못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2014년 출시했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가 대표적이다. IBM 왓슨 기반의 인공지능(AI) 로봇인 페퍼는 사람의 행동과 말, 감정을 인식하고 응대하는 기능을 탑재해 출시 당시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페퍼는 양로원, 병원 등 다양한 수요처에 쓰일 것으로 기대됐지만 성장세 부진과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결국 단종됐다.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일본이 부진한 이유를 놓고 휴머노이드 로봇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KB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페퍼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당장 노동력 대체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소통 목적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수요를 창출하지 못했다. 또한 로봇에 적용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더구나 코로나19 전만 해도 아날로그 문화가 강한 일본에선 로봇으로 노동력을 대체하겠다는 인식 자체가 미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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