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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기업인 범죄자 취급”… 사용자 책임 확대, 대체 어디까지

머니s 조회수  

재계가 야당을 중심으로 입법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종법 2·3조 개정안)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사용자의 개념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현행법은 사용자를 ‘근로계약의 당사자 및 사업경영 담당자, 노무관리자 등’으로 규정한 반면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은 책임 범위를 광범위하게 넓히는 내용을 담았다. 이미 사용자에 대한 다수의 형사처벌 규정이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의 개념과 책임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결국 대다수의 기업인들을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반발이 커진다.

모호한 표현·기준으로 사용자 개념 확대

사용자의 개념 확대 범위는 의원안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사용자를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로 규정했고 같은 당 김태선 의원안은 ‘근로조건, 노동 활동 등에 관해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로 범위를 확대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윤종오 진보당 의원 공동발의안은 보다 세부적으로 사용자의 범위를 규정했다. ▲노조 상대방 지위에 있는 자 ▲노동조건, 수행업무, 노조활동 등에 관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사내 하도급의 원사업주가 모두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계는 개정안에서 규정한 사용자 범위가 객관적이지 않고 해석에 따라 광범위하게 확대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현재 대법원은 사용자를 근로자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자로 판단한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라는 모호하게 규정, 판단 기관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기준으로 확대했다.

따라서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요함에 따라 노사분쟁의 상시화를 발생하게 할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위를 규정하는 것이 아닌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과의 관계에 대한 판단 등에 따라 사용자 범위가 무한정으로 넓어질 수 있다”며 “노조법 자체가 사실상 법적 정의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형사처벌도 문제다. 현행 노조법에서는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형사처벌 규정은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에는 없다. 미국은 오히려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한다. 이 때문에 국내 경제단체들을 그동안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들은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하기는커녕 사용자의 범위를 대폭 확대함에 따라 대다수 기업인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을 열어놨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김주영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제2차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선 야당 단독으로 노란봉투법이 의결됐다. / 사진=뉴스1 이승배 기자

‘코리아 엑소더스’ 현상 가속화 우려

재계는 기업인들을 사실상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한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사용자 개념의 무한정적인 확대는 우리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추상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은 판단기준으로 사용자를 정의할 경우 사용자의 책임범위를 제한없이 확장시켜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법적안정성을 침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하청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원청 사업주로 확대한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의 본질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있으며 사용자는 이러한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그 이행을 담보할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반면 개정안과 같이 근로조건의 결정 당사자가 아니거나 결정 권한과 이행 능력이 없는 자에게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하청노동자들이 언제든 노조를 결성해 모든 의제에 대해 원청 사업주에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진행할 길이 열릴 경우 소수의 대기업이 대다수 근로자를 직접 채용·관리하게 해 대기업 중심 노동시장으로 수렴하는 결과를 초래해 파업이 일상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재계는 결국 경영 부담과 노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한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동근 부회장은 “국내 산업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업종별로 다양한 협업체계로 구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원청기업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하게 된다면 원청기업이 국내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면서 결국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외국인투자기업 역시 한국 시장을 외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은 “외투기업들이 어떠한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단체교섭 거부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면 국내 시장을 떠날 것이 자명하다”고 경고했다.

머니s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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