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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총 5개의 회사가 합쳐졌다. SK(034730)그룹의 배터리 계열사 SK온의 얘기다. 시장은 이같은 SK의 승부수가 통할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과연 SK온은 긴 어둠을 뚫고 그룹 내 미래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안을 의결했다. 정유·석유화학·배터리·윤활유 등 사업을 기반으로 한 SK이노베이션과 LNG(액화천연가스)·태양광·수소·풍력 등을 다루는 SK E&S의 만남은 자산 106조 원, 매출 88조 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최대 민간 에너지 회사의 탄생을 의미한다. SK는 주력 에너지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다음날인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에너지 시장이 급변하고 고객이 토털 에너지 설루션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지금이 합병 타이밍으로 적기”라며 “양사 합병의 시너지를 구체화하기 위해 SK E&S와 함께 공동 시너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함께 고민하겠다”고 했다. SK는 합병 회사가 2030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20조원 규모로 도약할 것이란 청사진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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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회사의 합병에는 더 큰 사정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바로 SK의 ‘아픈 손가락’ SK온이다. SK는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부문을 떼어내 SK온을 설립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높은 성장성에 좌고우면할 수 없었다. SK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에 이은 후발주자인 만큼 더욱 과감한 투자가 필요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2년 9월 한 경제 유튜브 채널에 나와 “석유회사로서는 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장 돈을 수급하고 투자자를 모아오는 게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면 다른 종류 회사로 물적분할을 해버리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SK온의 설립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후 SK는 3년간 SK온에 무려 20조 원을 투자했다.
문제는 늦어지는 실적 개선과 갑자기 닥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였다. SK온은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만 748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 1분기도 적자가 3069억 원에 달했다. 그런 사이 SK이노베이션의 지원 능력은 고갈돼 갔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지난해 말 50조7592억 원으로 SK가 출범한 2021년(23조396억 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더이상 SK이노베이션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SK E&S는 SK가 오랜 고심 끝에 고른 선택이다. 매년 1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를 SK이노베이션에 붙여 자금 수혈을 돕는 방안이다. SK는 캐즘 시기만 벗어나면 SK온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다. 박 사장은 4월 열린 임직원 워크숍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바뀌지 않을 예정된 미래”라고 말했다. SK E&S은 그 ‘보릿고개’를 버텨줄 든든한 지원군인 셈이다. SK E&S는 SK㈜가 90%의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인 만큼 상장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병 과정이 용이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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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을 위해 합병하는 회사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뿐만이 아니다. 같은날 SK온은 이사회를 열고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업체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탱크 터미널 기업 SK엔텀과 3자합병을 의결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매출 48조9630억 원, 영업이익 5746억 원을 기록한 알짜 ‘캐시카우’다. SK엔텀도 흑자 행렬을 이어온 회사로 올 1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로부터 인적분할된 지 6개월 만에 SK온에 합병된다. 3사 합병으로 SK온은 트레이딩과 탱크터미널 사업에서 나오는 5000억원 규모의 상각 전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SK는 SK온이 내년부터 현대차·포드 등과 미국에 공동 설립한 공장들이 상업 가동에 나서면서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2026년 IPO(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SK온은 이를 위해 회사 합병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넘어 자체 경쟁력 강화시도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SK온이 장기적인 성장기회를 붙잡기 위해선 우수 인재를 잘 확보하고, R&D(연구개발)를 강화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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