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파리 올림픽은, 역대 최악의 성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대회다. 아예 본선 티켓을 놓친 종목들이 많아 선수단 규모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스포츠에서 섣부른 예측은 오판을 불러올 뿐이다.
어려울 때 탄생한다는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태극전사들은 주위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암울한 전망은 밝은 기대로 바뀐다.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이번 대회를 통해 올림픽 무대에서 처음 선 보이는 브레이킹에서, 한국이 역사적인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K-댄스’의 자존심 김홍열(40·활동명 Hong10)이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미국 뉴욕 길거리에서 시작돼 올림픽 정식 식구가 된 브레이킹은, 아직은 스포츠 종합대회 종목이라는 것이 생소한 단계다. 김홍열을 모르는 이도 많다.
하지만 김홍열은 이미 국내와 국제 대회에서 브레이킹으로 널리 이름을 알린, 세계적 강자다.
힙합이 한창 유행하던 중학생 시절 친구를 따라 춤을 시작한 게 계기가 된 김홍열은 이후 꾸준히 성장, 한국 브레이킹의 상징으로 잡았다.
그는 ‘브레이킹계 월드컵’인 레드불 비씨원 파이널에서 2006년, 2013년, 2023년 세 차례나 정상을 차지했다.
역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을 차지, 한국의 역사적인 첫 비보이 메달리스트가 됐고 대회 폐막식에선 선수단 기수로 나섰다.
이번 올림픽 예선에서도 김홍열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1차 4위, 2차 3위를 차지해 통합 2위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예선에서 보여준 기량만 유지해도 메달권이다.
김홍열은 파워 무브와 스타일 무브를 적절히 조화하는 운영과 순간적 대처에 능한 노련함이 장점으로 꼽히는데, 올림픽 무대에서 이 특징을 얼마나 잘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출전권을 딴 김홍열은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에서도 한국에 메달을 안겨 역사를 새로 쓰는 한편 국내 브레이킹 열기를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아울러 김홍열은 ‘나이에 대한 편견’과도 싸운다.
1984년생인 그는 불혹의 나이로 인생 첫 올림픽에 나선다. 김홍열은 남녀 32명의 출전 선수 중 최고령자다. 경쟁자들은 대부분 20대다.
격렬한 움직임과 고난도 동작이 많은 브레이킹의 특징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조건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예선부터 금메달 결정전까지 하루에 다 열려, 체력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김홍열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2배 이상의 강도 높은 훈련량으로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는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역사적인 올림픽에 태극기를 걸고 나설 수 있어서 영광”이라면서 “선수뿐 아니라 댄서로도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진실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 선수단의 전체적 메달 전망이 이전과 비교해 밝지 않은 가운데, 대회 막바지 브레이킹에서 절로 춤이 나오는 기분 좋은 메달 소식이 전해질지도 모른다.
한편 김홍열이 나서는 브레이킹 남자부(B-Boy)는 8월 10일 오후 11시 조별리그를 시작해, 8월 11일 오전 4시 15분 금메달 결정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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