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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과제로 서비스업 발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더욱이 최근 주력 제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국제통상환경의 불확실성도 높아지면서 제조업-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벗어나 수출-내수간 균형성장을 이루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대안으로 서비스업 육성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서비스업이 발전하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기만 하면 수출-내수 불균형이 완화되고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비스 부문의 양적 확대만으로는 성장잠재력 확충을 기대할 수 없다. 사실 1990년대 이후 국내총생산 대비 서비스업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지만, 서비스업 발전이 우리 경제에 활력을 제공하고 성장에 기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서비스업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도소매, 음식·숙박 등 부가가치가 낮은 부문의 비중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제조업-서비스업 간 연관 정도가 낮다. 특히 생산성 증대 효과가 높기 마련인 연구개발, 디자인, 전문지식·경험, 소프트웨어 등 지식기반 서비스가 중간투입재로 사용되는 비중이 아직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 전통적 서비스 부문인 도소매, 음식·숙박 등의 경우 사업규모가 영세한 데다 고용 안정성 및 임금수준이 제조업에 비해 훨씬 낮다. 이로 인해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더욱이 생산성 향상을 동반하지 않은 서비스업의 비중 확대는 실질환율을 하락시켜 상품의 대외경쟁력마저 떨어뜨린다. 실질환율이란 교역상대국 간의 물가가 반영된 환율로서 실질적으로 한 나라의 상품이 외국의 상품과 교환되는 비율을 말한다.
그런데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이 낮은 가운데 수요가 늘면 경제 전반의 물가가 오른다. 이로 인해 자국 상품의 가격이 외국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올라 실질환율을 하락시키고 결국 상품의 대외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서비스업 발전을 통한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 전략이 오히려 경상수지를 악화시키고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비스업 확대의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면서 서비스업을 균형성장의 토대 및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서비스업 발전이 양적 확장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 생산성 제고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서비스업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생산성 향상이 뒤따르면 서비스가격 상승압력이 완화됨으로써 실질환율 하락과 경상수지 악화 압력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략컨설팅, 제품디자인, 마케팅 등과 같이 기존에 기업 내부에서 자체 생산하던 서비스를 외부의 전문화된 기업을 통해 조달하는 경우,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 받음으로써 일차적으로 해당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전문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은 여러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게 되어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또 중간재로 활용되는 대표적 서비스가 바로 지식기반 서비스인데 이 부문은 고용안정성 및 임금이 여타 서비스업은 물론 제조업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지식기반 서비스 비중이 높아지면 고용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서비스업은 기본적으로 내수산업이므로 세계경기에 민감한 제조업에 비해서 변동성이 낮다. 따라서 생산성이 높고 산업간 파급효과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이 발전하게 되면 우리 경제의 대외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개선되고 경기의 급격한 변동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요컨대 서비스업 발전을 통한 내·외수 균형성장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제고가 수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제조업과의 연계 강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발굴, 전통적 서비스 업종의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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