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뭐해?” 저녁 무렵, 엄마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
“어, 좀전에 기타 레슨 끝났어.”
“지쳐서 쉬고 있어?”
“어? 어떻게 알았지?!”
그간 어지간히 우는소리를 했나 보다.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아 속상하다고 말이다. 사실 레슨이 끝난 건 한 시간도 더 전의 일이지만, 엄마 말처럼 나는 진이 빠진 채 늘어져 있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마흔이 넘은 기타 입문자인 나 하나를 키우는 데에도 꽤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기타 선생님은 물론, 가족과 지인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차로 30분 남짓 걸리는 본가에도 기타를 가져가는 통에 엄마는 일단 귀가 고생 중이다. “그래도 좀 늘지 않았어? 빨리 늘었다고 해줘”라는 말에 강요된 답도 해야 한다.
지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레슨이 끝나면 오늘은 이게 잘 안 됐다며 의기소침해진 나를 위로해준다. 무슨 얘기로 시작하든 기타 얘기로 끝나는 내 말에도 싫은 기색 없이 잘 들어준다.
며칠 전, 다가오는 가을 완곡을 목표로 맹렬히 연습 중인 영화 <머니볼> ost ‘더 쇼’를 연습 중인 녹음 파일을 몇 사람에게 보냈다. 원곡을 배경으로 틀어놓은 채 내가 익힌 리듬 하나로 곡을 끝까지 쳐냈다. 고맙게도 지인들은 칭찬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오오오오오! 잘 친다!”
“뭔가 조마조마하긴 했지만 완주를 했어!”
“피나는 노력과 땀의 결실이!”
“와… 소름…”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온 저자 선생님도 내 하소연과 칭찬 강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의 뇌를 전공한 H 교수님은 C 마이너 코드를 까먹고 충격받은 일을 말하며 내가 치매 아니냐고 묻자, “일이 많아서 일시적으로 인지 능력이 떨어진 거예요”라고 사뭇 진지하게 답해주셨다.
한때 록커를 꿈꿨던 또 다른 L작가님은 나의 열렬한 지지자이다. 칭찬에 후하지만 빈말은 못하는 작가님은 칭찬 대신 내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언젠가 기타를 잘 치게 되면 좋은 기타를 선물하겠다”고까지 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만큼 버스킹을 목표로 한 환갑도 하루하루 다가온다. 많은 이들의 응원이 칭찬과 환호로 바뀌는 날을 고대해본다.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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