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에 생산시설을 건설하며 일본·대만 협력사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TSMC 신공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본과 대만 협력사들의 협력도 포착되며 구마모토 내 반도체 투자 열기가 뜨겁다.
20일 코트라 후쿠오카무역관에 따르면 일본 ‘하메스 에피테크’는 TSMC 구마모토 공장에 반도체 제조 장치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장비 대리점 사업과 함께 이온주입기, 증착, 에칭 등 자체 장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1989년 파트너십을 체결한 도쿄 일렉트론과 스미모토, 후지켄, ORC 등 일본 기업뿐만 아니라 대만, 태국, 미국, 네덜란드 등 다국적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과 거래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거래 경험을 토대로 TSMC 신공장 공급을 노린다.
일본 유일의 이온주입 장치 제조사 ‘스미토모 중공업’도 마찬가지다. 스마토모 중공업은 지난 2022년 TSMC로부터 우수 공급사로 선정된 바 있다. 에히메 신공장을 완공한 후 생산능력을 2배 늘리며 반도체 업계의 수요 확대에 대응했다.
특수 정밀 밸브와 유량 제어 시스템을 만드는 후지킨은 구마모토에 사무소를 차렸다. 일본 내 반도체 제조 장비용 밸브 시장에서 점유율 60%를 올리고 있어 TSMC 구마모토 공장에도 납품을 성사시킨다면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현재 TSMC와 전 공정을 중심으로 거래를 희망하는 기업은 70여 개에 달한다.
TSMC의 대만 파트너사들 또한 규슈에 진출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웨이퍼 컨베이어를 취급하는 가동정밀(家登精密)은 구루메시 히로카와 신공업단지에 공장을 지어 TSMC의 구마모토 1공장을 위한 웨이퍼 컨베이어를 생산할 예정이다. 9억엔(약 79억원)을 투자해 1만 ㎡ 부지를 매입하고 초기 4000㎡의 공장을 짓는다. 여유 부지를 활용해 추가 투자를 검토한다. 노스실업(諾司実業)은 작년 2월 일본 법인 ‘노스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현지 중소기업과 협력해 구마모토 공장에 클린룸을 납품 중이다.
TSMC 협력사들이 연이어 진출하며 구마모토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규슈는 일본 내 집적회로(IC) 수출액이 가장 많다. 하카타항의 수출액은 지난해 전체 IC 수출 시장에서 점유율이 30.97%에 달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부품 수출액은 규슈 전체가 지난 5월까지 8개월 연속 상승세다.
반도체 장치 관련 수입액은 하카타항이 2021년 2900만 달러(약 400억원)에서 2023년 2억4400만 달러(약 3300억원)로 증가했다. 규슈 내 후쿠오카 공항은 같은 기간 5000만 달러(약 690억원)에서 9000만 달러(약 1200억원)로 늘었다.
파워반도체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미츠비시 전기는 4월 구마모토 전력 반도체 웨이퍼(탄화규소) 공장 건설에 착공했다. 2026년 반도체 웨이퍼 생산 능력을 2022년 대비 5배 확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규슈 지역은 일본 반도체 생산의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TSMC의 공급망에 참여하도록 현지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규슈현과 오키나와현, 야마구치현 경제단체 등으로 구성된 규슈지역전략회의는 지난달 4일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일본 기업이 대만 회사와 합작사를 세워 인증 기간을 단축시키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규슈 정부는 지난 2월 28~29일간 구마모토 산업진흥엑스포를 열어 일본과 대만 기업의 접선을 지원했다. 구마모토현 공업 연합회는 대만 경제 단체와 기술 협력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한편, TSMC는 구마모토현에 지난 2월 1공장을 개소해 오는 4분기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12~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수준의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월 5만5000장 이상 제조한다. 오는 2027년 가동 목표로 2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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