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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황산계약’ 가처분 첫 심문… 영풍 주장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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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전경. / 사진=이한듬 기자

영풍이 고려아연의 ‘황산 취급대행’ 계약 중단 조치에 반발해 제기한 가처분 소송이 시작됐다. 당장 마땅한 대안이 없는 영풍 입장에서는 가처분 인용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법원이 영풍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업계에선 업력 50년이 넘은 영풍이 그동안 자체적인 처리시설 등 대비책을 미리 마련하지 않았던 점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황산취급대행 계약 중단에 대한 가처분 심문이 처음으로 열렸다. 통상 가처분 소송은 심문 종결 이후 늦어도 3주 안에 선고가 나온다. 향후 일정을 고려하면 적어도 9월 중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영풍은 지난 2일 고려아연이 황산취급대행 계약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했다. 황산은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물질로 별도 탱크에 저장 관리해야 한다. 영풍은 2000년부터 고려아연에 황산 관리를 고려아연 맡겼다. 하지만 지난 4월 고려아연이 계약 갱신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갈등이 발생, 결국 법정공방으로 치닫게 됐다.

당시 고려아연이 밝힌 계약 중단 근거는 ▲황산관리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일부 시설의 폐기 ▲위험, 유해 화학물질 추가 관리에 따른 안전상 문제와 법적 리스크 ▲자체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사용 공간 부족 등이다.

반면 영풍은 일방적인 거래 중단은 갑질이라며 지난달 말 고려아연을 상대로 황산취급대행계약의 갱신 거절에 관해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고 이달 지난 2일엔 거래거절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영풍이 자체설비를 구축하려면 7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영풍이 고려아연에 7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요구했던 것도 이 같은 설비 구축 기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련업을 50년 넘게 영위해 온 영풍 석포제련소가 그동안 자체적으로 황산을 저장·관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않았던 것은 안일한 대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 고려아연의 황산탱크는 설치 30년이 넘어 노후화가 심각, 영풍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지난 2년간 5기를 철거했고 올해도 4기에 대해 철거를 검토하고 있으며 사업장 내 탱크를 철거하고 외부 업체에 황산 저장을 맡겨 안전 공간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여론도 영풍에 불리하게 기울어진 상황이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황산은 온산선을 통해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로 옮겨진다. 문제는 황산이 위험물질인 탓에 온산선 인근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인근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사고가 발생하면서 큰 인명피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이 영풍의 황산을 더이상 취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지역민들은 크게 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역 주민단체들은 온산선 폐지를 요구하는 주민 서명운동을 벌여 1만 2519명의 서명을 울주군과 군의회에 전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온산선폐지공동추진위원회가 온산선 폐지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도 국토교통부에 온산선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선 시설 노후화 등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양사의 경영권 분쟁으로 동맹관계에 금이 간 상황에서 기존의 계약이나 사업 관계를 유지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이 소송 결과와는 별개로 고려아연을 대체할 다른 취급 업체를 찾는 등 대책마련에 조속히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머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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