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약계좌 신청 첫날인 지난해 6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사진=한국금융신문
5000만원 모으는 ‘청년도약계좌’ 성공한 정책 될까[금융정책 되짚기-1]
[한국금융신문 이용우닫기이용우기사 모아보기 기자]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 공약이자 2030세대의 목돈을 만들어 줄 상품으로 지난해 6월 출신 된 ‘청년도약계좌’가 지난해까지는 큰 흥행을 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해당 상품과 관련한 시장 예측을 제대로 못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실효성을 높이고 고객 외면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는 현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돼 지난해 6월 신규로 추진된 상품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iM뱅크 등 시중은행과 IBK기업·SC제일·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 등 12개 은행에서 취급한다.
청년도약계좌는 총급여 7500만원 이하, 가구소득 기준 중위소득의 250%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5년간 매월 70만원 한도에서 자유롭게 납입한 금액에 대해 소득구간별로 차등적인 정부기여금과 이자소득 비과세를 지원한다.
5년간 납입하면 만기에 ‘본인 저축액+정부기여금(월 최대 2만4000원·최대 연 6%)+은행 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을 수 있다. 5년 만기 기준으로 비과세와 기여금을 모두 합하면 최대 8.9% 금리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월 70만원씩 5년간 적금하면 총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다.
5000만원 모으는 ‘청년도약계좌’ 성공한 정책 될까[금융정책 되짚기-1]
국회예산정책처 ‘2023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정무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가 예상한 가입자 수보다 훨씬 적은 가입자들이 지난해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2023년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를 306만명으로 예측해 기여금 지급에 필요한 예산으로 3440억3700만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상품을 출시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의 신규 계좌 개설은 51만1000건에 그쳤다. 가입유지자는 46만9000명에 불과했다. 추계한 가입인원의 16%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기여금 지급을 위해 출연된 재원 3440억3700만원 중 432억2100만원이 실집행됐고, 3008억1600만원이 이월돼 실집행률은 12.06%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유사 사업인 청년희망적금 신규 출시(2022년) 당시 가입자 쏠림 현상이 나타났고, 지난해 일반 적금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청년도약계좌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가입자가 충분히 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자료에서 “청년도약계좌가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복가입을 제한하며 신규로 출시됐다”며 “사업 설계 자체가 가입 실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중도가입도 제한됐는데 306만명 가입자를 예상한 것 자체가 과다하다는 비판이다.
5000만원 모으는 ‘청년도약계좌’ 성공한 정책 될까[금융정책 되짚기-1]
올해도 청년도약계좌의 흥행 실패가 우려되는 중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2024년 예산 역시 약 300만명이 가입해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계산하고 12개월치 기여금을 편성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청년희망적금 만기 도래로 인해 신규 가입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연내 300만명 이상의 가입 인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무리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가입 수요를 300만명 수준으로 산정한 것은 합리적인 예산 편성으로 보기 어려우며 2024년 가입 인원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실집행부진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금융위는 적정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기 위한 사업 수요 추계의 정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금융위는 청년도약계좌 성과지표인 ‘가입유지율’을 55%로 낮게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가입유지율은 91.8%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가 소극적인 목표를 세운 만큼 성과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6대 은행 적금 상품의 중도해지 추이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자료는 유사 사업인 청년희망적금의 1년 차 가입유지율이 84%로 나타났고, 청년도약계좌가 매달 기여금을 지급해 가입유지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가 증가하는 방식으로 설계한 만큼 6개월(2023년 7월 신규 출시) 가입유지율을 55%로 설정한 것은 다소 소극적이라고 판단했다.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낮게 잡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지난해 중도해지로 인해 약 15억6000만원의 기여금 환수액이 발생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하지만 중도해지에서 발생한 기여금 환수액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어, 출연금 정산 과정에서 국고로 환수되지 않고 차후 기여금 지급준비를 위한 명목으로 서민금융진흥원에 유보되는 상황이다.
이에 효율적으로 출연금을 편성할 수 있도록 기여금 환수액을 국고로 정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6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청년도약계좌 비대면 상담센터에 방문한 모습./사진제공=금융위
5000만원 모으는 ‘청년도약계좌’ 성공한 정책 될까[금융정책 되짚기-1]
업계에서는 상품 가입이 저조할 경우 당국의 해당 상품 개선이 더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는 지난 1월 혼인과 출산을 이유로 청년도약계좌를 중도해지하더라도 우대금리와 기여금, 비과세 등을 모두 보장하기로 했다. 결혼이나 출산으로 목돈이 생기는 경우 적금을 깨는 경우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청년도약계좌를 3년 유지한 뒤 중도해지할 경우에도 이자소득 비과세와 정부기여금을 일부(매칭비율 60%·최대 월 1만4400원) 지원해 연 6.9%의 일반적금상품에 가입한 것과 동일한 수준의 수익 효과가 기대할 수 있게 했다. 만기 5년이 청년들 입장에서 너무 길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금융위는 청년도약계좌의 가입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5월 22일 비대면상담센터(서울 중구)에서 ‘청년도약계좌 운영 점검회의’를 개최해 올해 4월 말까지 10개월간 약 123만명이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 및 유관기관이 청년층의 금융 여건과 수요를 면밀히 분석, 청년도약계좌 제도‧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추진 과제들을 지속 발굴하라고 당부했다.
김 부위원장은 “청년도약계좌가 청년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필수적으로 고려하는 대표 금융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 청년도약계좌가 자산형성축적의 기틀이자, 청년층 자산 포트폴리오의 기초(anchor)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 상품의 만기 3년 적금 금리보다 청년도약계좌 금리가 높고 갈수록 시장금리가 떨어지기 때문에 청년들이 가입 필요성을 더 느끼게 될 것”이라며 “가입 혜택을 더 높인다면 실효성 논란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le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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