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은평구에서 만난 닭발집 업주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높은 물가와 전기료·가스비 인상에 인건비·배달 수수료 인상까지 부담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최저임금과 물가도 오르는데 배달 수익성도 감소해서 마진이 적어진다”며 “수익이 급감해서 살아남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음식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시간당 9860원에서 1만30원으로 오른다.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일하는 근로자에게는 주휴수당까지 지급해야 하므로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인건비 부담은 더하다.
A씨는 “주휴수당을 포함하고 퇴직금까지 생각하면 시간당 1만2000원을 훌쩍 넘는 금액을 주고 있다”며 “자영업자 입장에서 시급이 170원 오르면 1년 동안 나가는 금액이 많다”고 호소했다.
경기 광명시에서 아귀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처음에는 정직원을 고용했지만 수익이 줄면서 간헐적으로 파트타이머를 쓰고 있다. B씨는 “인건비가 생산성을 넘어버리는 매장이 많다”며 “예를 들어 사람 한명이 만들 수 있는 김밥의 수는 정해져 있는데 시급이 는다고 김밥을 더 만들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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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배달 수수료 부담… 버티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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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니라 배달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 부담도 늘고 있다. 지난 10일 배달의민족(배민)은 다음달부터 배민1플러스에 대한 중개 이용료를 기존 6.8%에서 9.8%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다음달부터 중개 수수료는 ▲배민 9.8% ▲쿠팡이츠 9.8% ▲요기요 12.5%가 된다.A씨의 매장은 배민의 ‘가게배달'(정액제)과 ‘배민배달'(정률제)의 비율이 지난해 1분기 8:2에서 최근 2:8까지 넘어갔다. A씨는 “배민 측에서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주의 주문 중 상당수는 가게배달이라 배민1플러스 수수료 인상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하지만 배민은 모든 손님을 배민 배달로 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메뉴 값 인상은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라 ‘확정’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배민과 쿠팡이츠에서 자사우대와 최혜대우를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자영업자들이 수수료로 내야 하는 출혈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최근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9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 사업자(자영업자)의 지난 5월말 대출 연체율은 0.69%였다. 폐업자 수도 늘고 있다.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는 역대 최대인 98만6487명으로 100만명 턱 밑까지 급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2020~2021년에도 폐업자가 80만명대를 유지해 왔다.
B씨 역시 “기업이 이윤 추구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현재 배달앱에서 하는 행태는 공정하지 않다”며 “자유경제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가게는 망하는 게 맞지만 안 망해도 될 가게를 망하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은평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씨 또한 “주변에 카페 두곳이 1년 안에 폐업했다”며 “배달앱에서 떼가는 게 많아서 다음달부터는 배달은 안 하려 한다”고 말했다. C씨는 수수료 인상과 물가 인상 등으로 배달앱에서 진행해 오던 ‘리뷰이벤트’ 역시 닫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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