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최근 발생한 횡령·배임 사고에서 발견된 ‘대출 서류 위·변조’ ‘담보 가치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영업점 대출 프로세스 개선 방안을 은행들로부터 제출받아 점검했다. 올해 은행에서 줄줄이 터진 금융 사고의 대부분이 여신 업무 내부통제 실패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은행으로부터 여신 업무 프로세스 개선 방안을 제출받았다. 금감원은 이를 토대로 대출 서류 및 담보물의 진위 확인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으로부터 최근 개선 방안을 받아 봤고, 필요하면 내부통제 모범 규준 등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
금감원은 대출 프로세스가 디지털화하면서 전산 시스템으로는 증빙 서류의 진위를 가려내기 어려워진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대출에 필요한 증빙 서류를 모두 실물로 검토하고 보관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서류를 스캔해 업로드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18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는 대출 서류를 위·변조해 허위 대출을 일으킨 사례다. 대리급 직원이 10개월 동안 대출 서류를 35차례 위조했음에도, 해당 지점은 물론 본점 담당자도 이 서류가 가짜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요즘 시스템에선 서류를 수정한 후 복사해 스캔해버리면 원본인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며 “서류의 진위성 확인을 위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데, 어떻게 시스템으로 구현할지 어려운 문제다”라고 했다.
올해 들어서만 6건 적발된 부동산 등 담보 가치 부풀리기를 통한 ‘과다 대출’ 역시 대출 서류를 제대로 검토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금융 사고다. 지난 4월 KB국민은행이 적발한 383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는 은행 직원이 대출자가 받는 임대료나 소득을 실제보다 더 부풀려 대출을 내준 사례다. 임대차계약서, 담보가치 평가서, 소득 증명서 등에 대한 확인 절차가 미흡했던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은행들은 은행연합회의 ‘내부통제 모범규준’에 근거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세부 기준을 만들어 내부통제 기준에 반영하고 있다. 내부통제 모범규준 제28조(금융사고의 예방) 3항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금융사고 취약 업무의 처리 절차 고도화를 위해 ▲시스템 접근 통제 ▲자금 인출 시스템의 단계별 확인 ▲수기 문서의 전산 관리 등에 관한 세부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증빙 서류나 담보 물건의 실재성·적정성 등을 평가하는 지침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범규준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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