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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신화’ F&F, 해외 진출에 급등하더니… 3700억 손배소 날벼락에 뚝

조선비즈 조회수  

MLB,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등의 브랜드를 배출한 국내 패션 기업 F&F의 주가가 해외 진출 발표에 급등하더니, 해외서 수천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는 소식에 급락했다. 17일 디스커버리의 해외 11국 진출 소식에 주가가 20% 넘게 뛰며 주주들을 설레게 했지만, 다음 날 3700억원 규모의 대형 소송에 휘말리며 낙하한 것이다. 주가는 한 달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프레시벤트 래시가드 컬렉션. /F&F 제공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프레시벤트 래시가드 컬렉션. /F&F 제공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F&F는 전날 장 마감 후 유럽의 패션 유통업체 모빈 살(MOVIN SARL)로부터 37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했다고 공시했다. 소송 규모는 작년 F&F 영업이익(5518억원)의 67%에 달한다.

모빈 살은 F&F 자회사인 세르지오 타키니(STO)와 손자회사인 세르지오 타키니 유럽(STE)과 계약을 맺어 의류를 생산 및 판매하는 회사다. 모빈 살은 STO가 품질 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라이센스 홀로그램 발급을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류 판매를 하지 못하게 돼 손실이 발생했다며 영국에서 F&F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세르지오 타키니는 F&F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스포츠 브랜드다.

개인투자자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소송 공시 바로 전날인 17일 F&F는 디스커버리 상표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사업권을 중국, 일본, 대만 등 11개국에서 취득했다고 장 중 공시했다. 오는 25일 워너브라더스로부터 해당 영업권 및 자산 일체를 약 52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도 체결하기로 했다. 이에 중국 및 동남아 진출에서 ‘제2의 MLB’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며 주가는 하루 동안 25.85% 급등했다.

하지만 소송에 휘말렸다는 소식에 주가는 바로 반응했다. 18일 시간 외 거래에서 F&F 주가는 종가(6만9600원) 대비 3.45% 하락했다. 19일 오후 2시 20분 기준 F&F는 전 거래일 대비 5300원(7.61%) 내린 6만4300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 차익실현에 따른 하락분(5.95%)까지 합치면 17일 상승 폭의 절반을 반납했다. 지주사인 F&F홀딩스 또한 이날 같은 시각 전 거래일 대비 4.46% 내린 1만501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인들은 지난 17~18일 이틀간 F&F 주식 202억원어치를 순매수했기에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과 기관은 같은 기간 각각 125억원, 71억원씩 순매도했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F&F는 2021년 5월 지주회사인 F&F홀딩스로부터 인적분할한 후 같은 달 2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달 11일 기준 F&F홀딩스가 지분 33.36%, 김창수 F&F그룹 회장이 23%를 보유하고 있다. F&F는 상장 후 같은 해 12월 29일 수정주가 기준 19만58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주가는 내리막을 탔다. 작년 7월 처음으로 10만원선이 깨졌고 이달 10일 5만7700원까지 내려오며 1년 내 최저가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서는 실적도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며 주가 상승 여력이 부족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1~2023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227억원, 5249억원, 5518억원까지 증가했으나, 지난해 3분기부터 분기별 영업이익은 1485억원에서 그해 4분기 1441억원, 올해 1분기 1302억원(2024년 1분기)으로 감소했다. 올해 2분기 시장 예상치는 995억원으로, 1000억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부진은 중국 내 소비 업황이 위축되며 MLB 매출 성장이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탓이다. 또 국내에서는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며 전보다 브랜드 파워가 약해진 영향도 있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진으로 국내 의류 소비 심리가 약화했고, MLB의 브랜드 경쟁력이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MLB 중국의 경우 출점 속도를 올해 들어 늦추기 시작했고, 중국의 소비 업황이 매우 좋지 않아 실적 성장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의 해외 진출이 수익 다각화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MLB처럼 단기간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디스커버리는 MLB와 달리 브랜드 성공에 대한 사전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며 “MLB의 성장세와 다를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모빈 살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 F&F는 “당사는 STO 주식을 소유한 주주일 뿐 배상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모빈 살이 그 회사 작년 연간 영업이익의 40년 치에 달하는 과장된 금액을 요구했고, 세르지오 타키니 브랜드에 대한 신인도 침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반대소송 및 손해배상 요구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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