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이미연] 우리 사회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말로 우리를 압박한다. 내 가치를 증명해 보라고 강요한다.
게다가 소셜 미디어에서는 ‘해낸 사람’을 너무 쉽게 발견한다. 매일 새벽에 기상하는 사람, 운동과 식단 관리로 몇 kg을 감량한 사람, 사업으로 월 천을 달성한 사람, 부캐(본업 외 일)로 성공한 사람…. 그들은 마치 “너는 지금 뭐 하고 있냐”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게으른가, 안주하고 있나 자책하게 만든다.
이 자기계발 홍수 속에서 자기계발을 하지 말라는 자기계발서를 만났다. 제이미 배런의 <과부하 인간>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자기계발이 아니라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라고 외친다.
저자도 예전에는 그랬다. 만족하면 포기하는 것 같고, 안주하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남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나를 채찍질하는 게 동기부여라고 여겼다. 더 대단해 보이는 삶을 추구하느라 나를 갈아 넣었다. 남이 건네준 지도대로 길을 따랐다.
우울증과 폭식 장애로 몸과 마음이 망가진 뒤에야 저자는 깨달았다. 과부하 상태에서 벗어나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내 인생의 지도는 내가 직접 그려야 함을 알게 됐다.
다짐했다. 내 가치를 사회가 정하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과부하 인간>은 총 2부로 나뉜다. 1부 ‘나를 고장 낸 자기계발’에서 우리를 과부하에 이르게 하는 자기계발의 거짓을 꼬집는다. 2부 ‘가장 인간적인 자기계발’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올바른 인식을 안내한다. 분량 면에서도 그렇고, 2부보다 1부에 더 힘을 줬다. 잘못됐음을 아는 것만으로도 이를 바로잡기 충분하기 때문일 수 있겠다.
2부 내용은 조금 뻔했으나 11장 ‘꾸준히 하면 자유로워진다’는 공유하고 싶다.
저자는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꾸준해지는 데 집중하다 보면, 결국에는 내 안에 뭔가가 쌓인다”(204쪽)고 말한다. 나 역시 이 말에 공감한다. 글쓰기든 운동이든, 매일 하는 일은 잘하려고 욕심내지 않게 된다. 그저 일과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니까. 당장엔 변화가 없어 보여도 그 시간이 쌓여 엄청난 결과가 이루어진 일을 나도 겪은 바 있다.
저자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은 예쁘장하지 않다. 오히려 한바탕 휘몰아쳐 쑥대밭을 만들어내는 태풍을 마주하는 일”(237쪽)이라고 말한 대목도 인상 깊었다. 여러 매체에서 치유와 힐링을 말할 때, 왜 나는 그렇게 안 되는지 고민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숨이 막힌 적 있다면, 갓생(god生)으로 살기 버겁다고 느낀 적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저자의 말처럼, “나 자신의 기쁨과 행복과 치유와 보람을 최우선으로 생각”(183쪽)하며 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북에디터 이미연 | 출판업계를 뜰 거라고 해 놓고 책방까지 열었다. 수원에 있지만 홍대로 자주 소환된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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