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스라엘 편이냐 팔레스타인 편이냐의 흑백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이건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바락 샤인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공관 차석(부대사관)은 18일 서울 명동역 CGV에서 열린 첫 다큐멘터리 상영 후 이같이 말했다. 이스라엘 대사관 주최로 공개된 이 영화는 ‘비명 뒤 침묵(Screams Before Silence)’이라는 제목으로, 목격자와 생존자들이 직접 인터뷰를 통해 민간인 참사를 알렸다.
다큐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노바 뮤직 페스티벌 참사 당시 생존자인 탈리 비네르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영상 속 탈리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트레일러 차량에서 친구들과 함께 7시간가량 숨어 있었다”며 “차량 밖에서 여성들이 ‘그만하라’는 말을 반복했으며 겁탈당하고 있음을 알았다”고 전했다. 이에 “이후 소리치던 여성들은 사살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피해자인 아미트 수사나는 55일간 하마스에 납치돼 있었다. 아미트는 “10명의 남성들이 나를 납치하면서 환호했다”며 “납치당한 동안 성폭행을 당하면서도 배고픔 등으로 그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풀려난 이후에는 내 잘못도 아닌데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자책했다. 앞서 하마스가 끌고 간 240여명의 인질 가운데 아미트를 포함한 100여명은 지난해 11월 풀려났으며, 남은 인질들은 여전히 억류된 상태다.
전문가들도 전쟁에서 여성들의 피해는 참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루스 할페린 카다리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부의장은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된 것이 성폭력을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 영안실을 담당하던 셔리 멘데스 예비군도 “시체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었고, 많은 양의 피가 하체에 묻어 있었다”며 “여성들을 체계적인 전쟁 무기로 사용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이-하)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이스라엘이 진행한 인질 구조 작전은 목적을 달성했지만, 대규모 참사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에 따르면 구출작전 중 근처에 있던 274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다쳤다.
바락 샤인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공관 차석도 이날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가자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이스라엘 편이냐 팔레스타인 편이냐의 흑백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총괄 프로듀서로 참석한 에이탄 슈워츠는 “이와 같은 잔혹한 사건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면 한다”며 “이 영화를 통해 피해 여성들의 증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지원 기자 cds04202@3pro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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