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이호영 기자] 글로벌 1위의 한국 면세 시장은 코로나 엔데믹 전환에도 불구하고 더 고전 중이다. 당장 지난해 매출만 봐도 13조7600억원 가량으로 약 16조~18조원대였던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크게 줄었다.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 등 빅 4는 2019년 코로나 사태 전 매출 수준을 회복(14조원대)했다가 다시 반토막(7조원대)이 났다.
지난해(2023년) 8월 중국 정부가 한국행 중국 단체 여행을 전면 허용(한한령 해제)하면서 업계도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후 해외 입국객은 늘어도 이들 중국 단체 여행객(유커) 방문은 확대되지 않았고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도 정체가 지속됐다.
19일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로선 면세 시장 매출 반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면세 빅 4(롯데·신라·신세계·현대) 매출이 이를 잘 말해준다. 2023년 면세 빅 4 매출 합계액은 7조7291억원으로 직전 해인 2022년 14조5688억원에서 또 다시 반토막 난 상태다. 수익성은 개선됐을지 몰라도 시장은 답보 상태다.
무엇보다 업계 선두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말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하며 사업 구조 개선과 함께 희망 퇴직 등 인력 구조 조정, 임원 급여 20% 삭감에 들어갔다. 2017년 중국인 등 관광객 증가에 따라 확장했던 잠실 월드타워점 타워동 매장도 축소했다.
신라면세점도 적자만 면했을 뿐이지 매출 비중 80% 이상인 면세(신라면세점) 매출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호텔신라는 올 1분기 차입금 수준이 약 2조원대(1조9060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늘었다. 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이달(7월) 들어 1300억원대 채권까지 발행했다.
올 1분기 신라면세점(영업이익 121억원)이나 신세계면세점(72억원)은 영업 적자를 면하긴 했지만 영업 손실을 입은 롯데면세점(-279억8500만원)이나 현대면세점(-52억원)과 마찬가지로 지지부진한 실적 타개를 위해선 소위 업계 ‘큰 손’인 중국 단체 여행객 회복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 전 12% 수준 회복…기대 밑도는 중국 단체 관광객 방한
한한령이 풀린 만큼 중국 단체 여행객을 대신했던 대리구매상 위주의 시장 상황도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기대만큼 유커가 돌아오지 않고 있어 업계는 애를 태우고 있다.
국내 면세 시장은 2017년 사드 사태(사드 배치 후 중국 한한령 보복 조치)로 중국 단체 여행이 중단 되자 순수 관광객이 아닌 중국 대리구매상이라는 비정상적인 구매에 의존해왔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하기 직전인 2019년 찍었던 약 25조원의 매출 정점도 이들 대리구매상이 이끌었다.
현재 단체 관광 비자로 입국한 중국 단체 관광객은 2019년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개별 여행객까지 합쳐도 다른 나라 대비 회복 수준은 더딘 편이다.
미국은 코로나 사태 전보다 방한객이 더 늘었고 일본이나 대만, 홍콩 등 방한객은 60~70% 이상 올라왔다.
업계는 이런 느린 회복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 내수 부진을 꼽고 있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여파로 내수가 좋지 않다. 특히 중국인들도 대출 받아 부동산에 투자했지만 이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중국 정부가 예전의 부양책 등을 없애고 있어 고금리에 눌린 채 해외 여행 등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또 고물가에 한국 내 호텔 숙박비나 음식비, 항공료 등이 전반적으로 올라 중국 여행사가 항공편으로 단체 여행 상품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주로 선박편을 이용한다.
이에 더해 문화체육관광부 등 한국 정부는 최근 들어 유커를 유치하는 국내 중국 전담 여행사 영업 정지 등을 통해 ‘저가 관광’ 규제에 나서고 있다.
면세점 ‘패싱’ 이유…”불황에 고환율, ‘면세 메리트’ 없다”
업계는 중국 단체 여행객이 몰려올 때를 준비하면서 내국인과 개별 여행객 등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중국 개별 여행객의 방한은 꾸준한 편이지만 면세점 매출 증대 기여도는 낮다. 개별 관광을 선호하는 2030 비중은 2019년 56.2%에서 지난해 57.9%로(40대~70대 비중 35%서 31.8% 감소) 높아졌지만 시내 면세점보다 명동·홍대·성수 등지의 다이소·올리브영에서 가성비 쇼핑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면세점 매출엔 별 도움이 안 되고 있다.
업계는 가성비 소비 상황은 한시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고물가 등과 맞물린 글로벌 경기 침체, 고환율 등 면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재는 부담감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외 명품 소비 등도 부진한 상태다.
면세점은 객단가 높은 명품 등이 주요 품목으로 가성비 소비 품목과는 차별화된다. 또 명품을 사더라도 강달러 고환율 상황은 굳이 면세점에서 사야 할 이유를 없애고 있다. 일례로 명품 등을 백화점에서 사는 게 더 저렴한 상황이 되면서다.
한 업계는 “여행객 소비도 경기 불황 영향이 커보인다”며 “면세점 주요 취급 품목인 명품 등 소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고환율에 면세 쇼핑 메리트도 없어졌다”고 했다.
이어 “모든 비용이 올라 항공편으로는 중국 단체 상품 견적이 안 나올 것”이라며 “고물가·고환율 등 상황이 차츰 해소되면 중국 단체 여행객도 돌아오고 명품 소비도 회복되면서 예전만큼의 호황은 아니더라도 좋아질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