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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안에 ‘주주가치 훼손’ 논란…시민단체 비판·민주당 규제 법안 등 잇단 반발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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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두고 주주 가치 훼손 논란이 벌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의 합병 비율을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을 들고나왔다.

민주당의 법안은 계열사 간 합병을 법으로 규율해 일반 주주의 권익을 적극 보호하자는 취지라고 하지만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억제하는 또 다른 규제라는 점에서 재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당 김현정 의원(경기 평택병)은 18일 두산밥캣 합병 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상장법인의 합병 비율 산정을 규제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법률안(일명 ‘두산밥캣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김현정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는 상장회사 간의 합병에서 합병가액을 계산할 때 주가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산 가치와 수익 같은 기업 본질적인 가치와 무관하게 합병가액이 결정되고 있다”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김현정 의원

이어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책임을 강화하고 계열사간 합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두산밥캣사태와 같이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소수주주들이 피해보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하기 위해 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법안 발의에는 민주당의 강훈식, 이광희, 한정애, 김승원, 박상혁, 김동아, 민형배, 장경태, 김 윤, 김남근, 채현일, 강준현, 정진욱, 허성무, 오세희, 민병덕 의원이 동참했다.

최근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 사례에서 보듯이 대주주 지분이 높은 회사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결정되면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 11일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이전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을 1 대 0.63으로 정했다. 두산밥캣 주식 1주를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주로 바꿔 준다는 의미다.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 [자료=두산]

두산 측은 양사의 주가 수준을 토대로 합병 비율을 정하는 현행법을 따랐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결정은 주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연간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내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인적분할해 적자에 시달리는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단기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며, 이는 기존 주주들에게 손해가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욱이 두산밥캣 주주의 경우 꾸준히 수익을 내는 알짜 주식을 들고 있다가 이를 적자 기업의 주식으로 교환받아야 하고, 받는 주식 수도 줄어드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크다.

경제개혁연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 경제 관련 시민단체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17일 ‘두산 사업구조 재편, 일반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이사회가 선택한 지배권 이전 방식(분할 합병과 포괄적 주식교환)은 회사와 주주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라면서 “이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일반주주의 이익보다 그룹의 이익을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외이사들은 독립이사로서 회사와 주주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하기보다는 그룹에서 하달한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두산로보틱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분할 합병-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철회하고, 지분 직접 인수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두산그룹 본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18일 입장문을 통해 “상장회사로서의 기본 책임을 저버리는 두산그룹의 분할 및 합병 거래는 반드시 중단되어야한다”고 밝혔다. 포럼 측은 오는 22일 오후 3시 Two IFC 3층 더포룸 브룩필드홀에서 ‘두산그룹 3사 분할 합병 거래’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다.

민주당 김현정 의원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병가액을 결정하도록 했다. 또 합병가액이 불공정하게 결정돼 투자자가 손해를 입을 경우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들이 연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과도한 제약을 주는 면이 있다고 우려한다. 또 이번 사안이 최근 잠잠해진 상법 개정 논란에 불을 붙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만 됐어도 ‘두산밥캣 사태’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

앞서 민주당은 회사의 주주 이익 보호를 강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정부도 증시 밸류업 등의 차원에서 관련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만일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되면 이는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경영 판단을 할 경우 이사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재계는 자칫 기업을 향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5월 체코 플젠시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원전의 핵심 주기기인 증기터빈 생산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5월 체코 플젠시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원전의 핵심 주기기인 증기터빈 생산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9월2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이날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분할합병 계약 체결 승인의 건이 의결될 계획이다. 9월25일부터 10월15일까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이며 분할합병기일은10월29일, 신주상장 예정일은 11월25일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민주당과 별도로 기업이 합병가액을 산정할 때 일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기업은 합병가액이 적절한지 회계법인, 신용평가사 등 제3의 외부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 시행령은 계열사 간 합병 시 외부평가기관을 선정할 때 추가로 감사위원회의 의결이나 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녹색경제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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