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마지막 단일백화점 ‘태평백화점’ 부지가 시장에 나온 지 1년 넘게 팔리지 않고 있다. 매물 가격이 2000억원인데 비해 계획된 복합건물 내 ‘공공청사’ 비중이 너무 커 사업성이 없다는 게 수요자들의 결론이었다. 다만 서울시가 지난 4월 ‘지구단위계획 개편 용적률 상향’ 방안을 내놓으면서 돌파구가 생겼다. 시와 동작구청은 이를 토대로 변경된 계획안을 내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19일 서울시와 동작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월쯤 매매가격 2000억원에 몇몇 중개업소의 매물로 등장한 태평백화점 부지가 1년이 넘은 지금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 해당부지는 2년 전 철거를 마치고 나대지인 상태다. 대지면적은 3518㎡(1064평)다.
더블 역세권인 이수역의 출입구 앞에 있는 평지로, 배후의 상권도 잘 형성돼 시장에서는 비싼 가격에도 머지 않아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태평백화점 운영사인 주식회사 경유산업도 지난해 하반기 매각을 공식화했다.
대형시행사 대부분은 여러 차례 사업검토를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개발계획 내 공공청사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서울시가 2022년 4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해 해당 부지를 이수3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판매시설(1만2921㎡), 공공청사(7279㎡), 오피스텔(188호)이 포함된 복합건물을 짓는 세부개발계획을 수립했다. 공공청사의 면적이 판매시설의 절반 이상이다.
A 시행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도 3~4번 태평백화점 부지에 대한 사업 검토를 했었다”면서 “현 상태로는 도저히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보고 매각의사를 접었다”고 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태평백화점 부지에 대한 문의는 꾸준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주로 중개법인, 시행업체의 문의가 많은데 정작 매각하겠다고 나서는 곳은 없다”고 했다.
상징성 있는 큰 부지가 펜스만 친 채 2년 넘게 남아 있자 여러 설(說)만 난무하고 있다. 초반에는 경유산업 측의 자금난과 증여에 대한 소문이 돌다 최근에는 ‘모 대기업이 이 부지를 사서 개발계획을 변경한 뒤 물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낼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매각하기로 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워낙 규모가 커 매각 의사를 내비치는 곳이 있었으면 다 알려졌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공청사의 비중이 낮아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면서 조만간 매각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지난 4월 19일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용적률 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다. 일반상업지역인 태평백화점 부지의 경우 기준용적률이 기존 500~600%에서 800%까지 상향된다. 이렇게 되면 건축 연면적이 증가해 공공청사의 비중은 훨씬 낮아질 수 있다. 서울시 역시 새로 마련된 방안을 기반으로 변경된 계획안을 구에서 가져온다면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동작구청 측에서 태평백화점 부지에 대해 변경된 계획을 입안을 하고 결정 요청을 한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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