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박민석 기자 ] 장기간 주가 부진을 겪고 있는 파라다이스가 비주력 사업인 호텔 부문에 투자할 것을 예고하면서,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에 나섰다.
특히 2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이란 전망 속에 파라다이스 측에선 여전히 주주환원책 등 주가 부양 방안을 밝히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추가 행사할 경우 유동성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라다이스는 최근 1875억 규모의 7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전환사채(CB)중 91억원(총 물량 중 4.85%)어치를 조기 상환다고 공시했다. 이는 일부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발행사는 원금을 현금으로 돌려준다.
파라다이스의 7회차 CB는 2021년 8월 12일 총 2000억원 규모로, 운영자금과 채무상환 목적으로 발행됐다. 표면·만기이자율 모두 0%였으며 최초 전환가액은 주당 1만6819원이었다. 히스토리투자자문, 메리츠증권 , 키움증권, BNK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와 전문 기관 투자자들이 채권자로 참여했다.
투자자들은 보유한 CB의 전환가액이 현 주가보다 낮아야 추후 주식 전환 한 후 매도해 차익실현에 나선다. 하지만 지난 18일 기준 파라다이스 주가는 1만2530원으로, 발행 당시 최초 전환가액(1만6819원)과 비교하면 3년간 25% 하락했다. 주가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CB 전환가액도 3차례 하향 조정되면서 결국 지난 2월엔 리픽싱 최저한도(최초 전환가액의 85%)인 1만4297원에 도달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리픽싱 최저한도에 도달한 상황에서 만기전 풋옵션 행사했다는 것은 결국 투자자들이 파라다이스의 주가가 더이상 오르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추가 풋옵션 물량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카지노 줄이고 비주력 호텔사업에 5500억 투자 선언..증권가·투자자들은 ‘글쎄’
이번 기관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저조한 주가 뿐 아니라 파라다이스가 최근 비주력 사업인 호텔 투자를 결정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파라다이스의 매출 비중 85%는 카지노에서 발생하는데, 이를 줄이고 호텔사업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것.
앞서 최종환 파라다이스 대표이사는 지난 2일 미디어·IR데이에서 3개년 매출목표와 기존 주력하던 카지노 사업에서 벗어나 호텔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호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내 서울 장충동 1만3950㎡(4220평) 용지에 지하 5층∼지상 18층 규모의 초럭셔리 호텔을 착공하겠다고 말했다. 투자액은 5500억원이며, 완공 예정일은 2028년이다.
최 대표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데, 외국인 없이 3년을 보내면서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VVIP가 우리 주된 고객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측이 투자금 5500억원을 지출할 경우 주주환원에 활용 될 수 있는 재원이 사라지기에 장충동 호텔 준공이 악재라는 시선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도 파라다이스의 투자확대와 카지노 실적 저하로 목표가를 일제히 낮추며 주가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파라다이스의 2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25.4% 하락한 409억원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P-시티 카지노 부문이 성장했지만, 지난해 5~6월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워커힐이 빠지면서 전년 동기 대비 합산 카지노 실적은 1.6% 개선에 그칠 것”이라며 “중국 모객 확대, 신규 경쟁 카지노 영업 등으로 인해 콤프 등 비용도 증가해, 이익 규모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디어데이 발표 이후 단기 실적 개선 포인트 부재와 중장기 투자 비용 증가로 주가는 하락했다”며 “중장기적 투자 센티가 우호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흡한 배당에 자사주 매입·소각까지..주가 상승 여력 부족
미흡한 주주환원을 보여주고 있는 파라다이스가 5500억원 규모의 호텔을 짓기 위해 보유한 현금을 활용해 배당여력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고민도 나온다.
실제 파라다이스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지난해 3년만에 배당을 실시했지만, 주당 1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하면서 주주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21년부터 실적이 개선되면서 2년간 흑자가 이어졌음에도, 시가배당률 0.7% 수준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해 비판을 받은 셈이다.
자기주식 취득과 소각에도 소극적이다. 지난해말 기준 파라다이스는 541만1298주(발행주식수 대비 5.89%)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다만 파라다이스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활용을 했던 것은 2003년이 유일했다. 당시 그해만 두 차례에 걸쳐 123억원어치(312만주)의 자사주를 취득한 후 소각했다. 이후 현재까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없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간 주가 하락세가 지속된 와중에 보유한 현금을 모두 비주력 사업에 활용한다면 주주입장에선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주가 상승요인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풋옵션을 행사하는 기관투자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딜사이트경제TV에서 사측에 주주환원 등 향후 주가부양방안에 대한 질의를 위해 전화를 수차례 시도했으나 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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