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파리 올림픽은, 역대 최악의 성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대회다. 아예 본선 티켓을 놓친 종목들이 많아 선수단 규모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스포츠에서 섣부른 예측은 오판을 불러올 뿐이다.
어려울 때 탄생한다는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태극전사들은 주위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암울한 전망은 밝은 기대로 바뀐다.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한국 역도의 간판으로 떠오른 박혜정(21·고양시청)이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에 나선다. 한국 역도가 2016 리우 올림픽 이후 노메달로 부진한데, 박혜정이 암흑기를 끊어주길 바라는 시선이 많다.
박혜정은 지난 4월 10일 태국 푸켓에서 열린 2024 국제역도연맹(IWF) 월드컵 여자 최중량급 경기에서 한국 신기록(인상 130㎏, 인상 166㎏, 합계 296㎏)을 작성, 체급당 국가별 1명에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었다.
국내에서 적수가 없는 박혜정의 파리행은 일찍부터 예견됐다.
중1 때 역도를 시작한 박혜정은 곧바로 중학생 신기록(합계 259㎏), 주니어 신기록(합계 290㎏)을 쓰며 두각을 나타냈다.
고3이던 2022년에는 세계주니어선수권(합계 281㎏)과 아시아주니어선수권(합계 270㎏)까지 휩쓸었다.
고교 졸업 이후에는 한국 역도의 ‘레전드’ 장미란(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숨결이 묻어 있는 고양시청에 입단했다.
성인 무대에서도 거침없었다. 지난해 5월 진주 아시아선수권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한 뒤 세계선수권에서는 장미란을 포함해 어떤 한국 선수도 이루지 못했던 3관왕(인상 124㎏, 용상 165㎏, 합계 289㎏)에 등극 최정상급 반열에 올라섰다.
그해 10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한국 역도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장미란이 금메달을 딴 이후 금맥이 끊겼었는데 13년 만에 박혜정이 다시 캤다.
한국 역도의 희망으로 올라선 박혜정은 이제 올림픽 입상을 노린다.
한국 역도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로 좋은 성과를 냈으나 이후 금메달이 없다. 2012 런던 올림픽 노메달, 2016 리우 올림픽 동메달(윤진희), 2020 도쿄 올림픽 노메달에 그쳤다.
그러나 박혜정이 지난해에 이어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기량이라면 충분히 입상을 노릴 만하다.
역도계에서는 박혜정을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리원원(중국)에 이어 유력한 은메달 후보로 꼽고 있다. 박혜정이 우승했던 지난해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는 리원원이 불참했다.
올림픽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할 변수만 없다면 박혜정의 입상은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다. 흔하지만 중요한 조언, ‘평소대로’만 해주면 문제 없다.
박혜정이 파리에서 포디움에 오르면 장미란 차관 은퇴 이후 오랜만에 한국인 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린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