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8일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습니다. 당원들끼리 의자를 던지며 싸우고, 상대 후보에 대한 폭로전이 이어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비하면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상대적으로 평온합니다. ‘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어대명)이라는 결론이 정해져 있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잔잔해 보이는 수면 아래 일렁이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이재명 1인 체제’에 대한 쓴소리와 강성 당원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입니다.
85.6%. 지난 17일 여론조사 전문회사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14~15일 민주당 지지층 301명에게 ‘야당인 민주당 차기 당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이재명 후보’라고 답한 비율입니다. 김두관 후보는 8.0%, 김지수 후보는 2.8%였습니다. ‘어대명’이라는 흐름에 맞는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실제 전당대회도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본선은 대의원 14%, 권리당원 56%,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비율로 진행되는데,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민주당 지지자와 무당층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실시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김두관 후보가 예상 밖의 지지율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두관 후보를 좋아하지 않아도 이 후보의 권력을 견제하는 세력이 당내에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길 원하는 의원들이 있다. 이들은 김두관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며 “투표율과 득표율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도 조금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에이스리서치가 같은 기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45.5%, 김두관 후보가 30.8%로 집계됐습니다. 두 후보 간 차이가 약 15%포인트 차이로 줄어들었습니다. 김지수 후보는 3.4%입니다.
8·18 전당대회에서 김두관 후보가 예상보다 선방할 경우 당내는 물론 정치권에 작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김두관 후보는 30% 정도의 득표율만 얻어도 정치인으로서, 이 후보의 ‘대항마’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이 후보의 권력을 견제하는 세력이 당내에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길 원한다.”
이 의원의 말은 의미심장합니다. 겉으로 표현은 못 하지만, ‘이재명 체제’에 대해 불만 내지 우려를 하는 의원들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 후보 중심으로 강성 지지층이 뭉치면서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지난 12일 검사 탄핵소추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하는 본회의 표결에 기권표를 던진 곽상언 의원이 원내부대표직에서 자진해서 사퇴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곽 의원은 “제안 설명만 듣고 탄핵 찬반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해 1명 검사에 대해서는 기권했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강성 당원의 집단 공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당론으로 채택한 탄핵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최고위원직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너도나도 이 후보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친명 마케팅’에 나선 것도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최고위원들이 강성 당원들에게 어필하면서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거친 발언이나 이 후보와의 친밀함을 강조하는 낯 뜨거운 발언이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명심'(이재명의 심중)과 ‘당심’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 관계자는 “(당 행보에) 조금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지만, 지금은 초선 의원이라 의견을 밝히는 일을 삼가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전당 대회 이후 민주당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예상대로 이 후보가 대표직을 연임하고, 강성 친명 의원들이 최고위원직을 차지할 겁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체제를 완성하게 되겠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탄핵’, ‘윤석열 탄핵 청원’ 청문회 개최 등 민주당의 강경 행보에 당 안팎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당내에서 쓴소리를 할 인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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